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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인터뷰오늘보다 나은 내일, 올해보다 나은 내년


<마스터 흑백사진>, <SLAP 생활예술사진가> 수강생 인터뷰

#흑백사진  #SLAP  #사진전시




Q. 안녕하세요, 지영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주로 아날로그 흑백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최지영(작가명)이라고 합니다.


Q. 상상마당 아카데미 사진 강의는 어떻게 수강하시게 되었나요?

저는 중대 학점은행제에서 ‘고급 암실 과정’을 수강했었어요. 그런데 암실 작업이 한 학기로는 너무 부족하여 조금 더 심도있는 흑백필름 작업을 위해 상상을 찾게 되었어요.

 

Q. <마스터 흑백사진> 강의 수강 후 <KT&G SLAP 생활예술사진가> 강의 및 전시까지 참여하셨는데 전시 후의 느낌이 어떠셨을까요?

디지털 컬러 이미지에 익숙해 있다가 <마스터 흑백사진>을 통해 흑백 톤의 조화만으로 이미지를 표현해 내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의미 있는지 알았어요. 모노톤이라고 하면 단순할 것 같지만 톤의 variation을 통해 이미지가 매우 달라질 수 있어요. 이미지를 flat하게 표현할지 아님 극적 대비를 통해 강하게 표현 할 지를 결정해야 하고, 보는 이의 시선의 흐름을 계획하고 구상하여 작업해야 해요. 이는 작업에 대한 작가의 해석으로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죠. 결코 단순하지 않아요.

작업을 계속하던 중 2017년도에 <KT&G SLAP 생활예술사진가>에 참여했어요. 아날로그 흑백/컬러 필름 작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도록으로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사진 작가, 큐레이터, 출판사 대표 등 사진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분들의 리뷰와 평가 등을 통해 제 작업은 좀 더 완성도를 더해 갔지요. 수십 점의 이미지로 하나의 sequence를 만들어 도록으로 완성하는 과정은 저에게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이 작업으로 개인전까지 열었어요.

그리고 2019년도에는 상상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흑백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다시 필름’ 이란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상상 관계자가 잠깐 암실에 들렀는데 저희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그 열기에 놀라 조용히 문을 닫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만큼 열심히 했던 거죠. 그때 함께 한 젊은 동료들의 열정이 전시 준비에 힘들고 지쳐가던 저에게 큰 힘을 실어 주었어요. 젊은 나이에 자신을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날이 설 법도 한데 오히려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과정이 훌륭했던 만큼 결과도 좋아서 전시 참여자로서 매우 기뻤어요.


<2019 ‘다시 필름’ 포스터와 전시작품들>


Q. 상상마당 아카데미 강의를 수강하실 때, 경험 중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었나요?

흔히 흑백사진은 끝났다고 해요. 어떤 분들은 대세는 디지털인데 다 끝난 것을 왜 굳이 하고 있느냐고 하는 분들도 계세요. 반면에 요즘 젊은이들은 레트로 감성이라며 흑백 사진에 관심이 많다고도 해요. 저는 상상에서 아날로그 흑백사진을 하면서 단순한 향수나 관심이 아닌 사진에 대한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늘날의 디지털도 결국 무에서 유가 아닌, 기존의 아날로그에서 변화한 것이라면 결국 사진의 기본은 같은 것이지요. 카메라 기기의 발달로 디지털을 하면서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들을 필름 사진에서는 일일이 개입하고 판단해야 되었지요. 그 과정에서 사진의 기본을 다질 수 있었어요. 인화도 이미지에서 톤의 밸런스만 맞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그 뒤가 진짜 작업이지요. 처음에는 촬영과 인화의 각각의 요소들이 다 개별적으로 인식되던 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이는 사진 작업에서 원론적인 얘기지만 잊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잊지 않으려 노력해요.


Q. <KT&G SLAP 생활예술사진가>를 수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SLAP을 두 번 들었어요. 첫 번째 SLAP은 제가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같이 사진을 공부하던 분의 안내로 수강하게 되었어요.  SLAP은 평소 작가들이 해왔던 작업을 작가와 비평가들의 리뷰와 비평을 통해 질 높은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전시나 책으로 완성하는 과정이에요. 첫 번째 디지털 사진의 SLAP은 과정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해 결과가 매우 실망스러웠어요. 두 번째 SLAP은 상상에서 흑백사진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추천해 주었어요. 첫 SLAP의 아픔 때문에 절대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이번에는 아날로그이니 저와 맞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도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도와주겠다고 격려해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지요. 두 번째 SLAP은 평소에 꾸준히 해왔던 작업과 알래스카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과의 연결점을 찾아 포트폴리오로 완성할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도록도 만들고 개인전까지 열 수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KT&G SLAP 생활예술사진가>는 제 사진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죠.

 

<개인전 포스터와 전시 작품들>


Q. 사진을 배우던 수강생에서 ‘작가’님으로 데뷔 후 암실 공간을 직접 만드셨는데, 만드신 후의 변화가 있으신가요?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꾸준히 작업을 하다 보니 이제는 저만의 작업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그마한 작업 공간을 마련했어요. 오랜 기간 동안 상상 암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그 공간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제 암실에도 그 익숙함을 그대로 적용하고자 노력했지요. 처음 만들어서 좀 부족한 점도 많지만 나름 저에게 맞춘 공간이어서 좋아요. 평소 하고 싶었던 실험적 요소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어 앞으로 재미있고 다양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 암실 내부 모습>


Q. 다음 전시(프로젝트)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아날로그 흑백사진 인화로 작업하실 예정이실까요?

올해 말에 제가함께 하는 Project S.U.N이란 그룹이 ‘도시와 자연의 관계적 풍경’을 주제로 전시해요. Project S.U.N은 주로 4x5 포맷의 대형카메라로 흑백 아날로그 작업을 하는 그룹이에요. 작년에는 서울 시민청 갤러리 공모에 당선되어 해당 갤러리에서 전시했었어요. 나태해지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해마다 전시는 꼭 하고자 합니다.

암실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해요. 평소 잘해오던 일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가 되어 허탈하기도 하고, 아무리 암실에 익숙하다고 해도 명실에서 작업하는 것이 훨씬 편하겠지요. 암실 작업을 거듭하면서 다음엔 좀 편안해지겠지 생각하지만 할 때마다 늘 새롭게 힘들어요. 몇 날 며칠 잠 못 자고 한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도 허다하고요. 그래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스스로 약속하며 아날로그 흑백 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꼭 암실 작업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날로그 흑백 사진 작업이 저의 주된 작업이에요. 올해 예정된 전시의 작품들도 암실에서 인화할 거예요.


<2021 P.S.U.N. 전시 ’도시정글’ 포스터와 전시 작품들>


Q. 사진 수업과 전시를 계기로,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처음 사진 공부를 할 때 사진은 예쁘고 특이한 장면을 순간 포착하여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진 작업을 통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뭘까?’,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재료, 어떤 방법을 쓰는 게 효과적일까?’라는 것을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사진 작업의 주제를 위해 인문학적 탐구를 하기도 하고, 효과적 표현을 위해 필름, 현상액, 인화지 등에 대해 많은 테스트를 거쳐 가장 적합한 재료와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요. 이 작업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그래서 사진 관련 책을 읽기도 하고, 인문학 강의를 듣기도 하고,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을 하면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주변과 우리네 삶의 모습, 사회 현상 등에 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아주 소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코 보잘것없지 않다는 것을, 별 생각 없이 무심코 지나쳤던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지요. 이 모든 것들은 제 사진 작업에 매우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한답니다.


Q. 상상마당 아카데미 사진 수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사진 또는 시각적 이미지 구현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나이, 직업, 신분과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분들, 특히 유행이나 일시적 관심이 아닌, 현란한 색깔로 보이는 세상의 이면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모노톤으로 통찰하고 표현하고 싶은 모든 분에게 적극 적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 상상 사진 수업에는 흑백 사진뿐만 아니라 검, 시아노, 백금/팔라듐 등의 얼터너티브 프린트 수업도 있어요. 검이나 시아노, 반다익 등의 프린트는 저도 해 보았는데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백금/팔라듐을 매우 좋아해요. 이런 클래식 프린트를 경험하는 것도 다양한 사진을 구현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주 늦게 사진을 시작했어요. 어떤 분들은 ‘너 언제까지 할래?’, ’니 나이에 뭘 그렇게까지 하니?’라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솔직히 저 자신도 언제까지 할지,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늘 자신을 닦달하고 몰아세우지만 제 작업에 만족할 수 있을 때가 올는지도 모르겠고요. 설령 그날이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태어나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결과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기쁜 일이 아닐까요? 이런 기쁨이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아날로그 흑백 사진을 하시는 젊은 분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현실적으로도 어려운데 필름 값은 점점 비싸지고 없어지는 물품들도 많아 작업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거 잘 알아요. 그래도 끝까지 가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도전하시는 것도 저는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우리네 삶에서 그래도 지금이 가장 젊을 때잖아요. 지금 시작한다고 해서 결코 늦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심과 열정만 있다면요.



취재ㅣ 기획자 최서은 mj0789@ssm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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