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둥이를 잃어버린 개들의 엉뚱 난감한 사고실험 <짤쭈만화 1> : 새손
Q1.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만화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A. 안녕하세요, 짤쭈만화를 만들고 있는 새손이라고 합니다. 만화 작업과 함께 그림 이미지, 3D, 영화 작업 등에 팔과 다리들을 하나씩 담근 채로 살고 있습니다.
Q2. 독립출판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마치고 무사히 책을 완성하셨습니다. 지금 소감이 어떠신가요?
A. 개인적으로는 매우 강력한 경험이었습니다. 강력하다 하니까 무슨 애플 신제품 소개 문구 같지만 말 그대로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만화를 계속해서 제작하고는 있지만 출판이라는 영역은 왠지 생소한 기분이 들어 쉽게 다가가지 못했었는데요, 이렇게 또 다른 장르의 벽을 넘어봤다는 감각이 누군가에겐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Q3. 오랫동안 연재해오신 ‘짤쭈’들이 드디어 종이 위에 안착했네요. 이번 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짤쭈만화>는 인터넷 등지에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는 캐릭터 4컷 만화입니다. 여러 가지 잡생각들을 조합해서 특이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추출하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사고실험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짤쭈는 잘린 주둥이의 줄임말입니다. 주둥이를 잃어버린 특이한 모습을 한 이 개들은 결국은 개가 될 수 없기에, 비슷하게 생긴 카피바라를 자처하며 살아갑니다. 어딘가 불완전한 이들은 작가의 채찍질로 인해 그들만의 세계관에서 끊임없이 괴상한 고난을 겪거나, 난감한 딜레마에 휘말립니다.


Q4. ‘짤쭈만화’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작가님 생각에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가장 즐겁게 즐기실 수 있을까요?
A. 댓글 중에서 "뭔가 가볍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오하지도 않아서 좋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너무 가벼워졌을 때 진지하려고 하고, 너무 진지해졌을 때에는 가볍게 가져가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만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블랙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를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5. 4컷 만화 한 편 한 편이 독립된 에피소드이지만, 책 한 권으로 묶으면서 관통하는 메시지도 생겼을 것 같아요.
A. 이 책은 4컷 만화 묶음이기 때문에, 모든 편들이 다 각자만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약간 웃겼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은 은은하게 깔려 있는 것 같은데, 동시에 제가 늘 생각하던 공상들을 섞어서 이런 상황에 던져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력 단련에 가까워졌습니다.
Q6. 온라인 연재를 꽤 오래 하셨는데, 특별히 ‘책’이라는 물질적인 형태로 박제하고 싶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A. 만화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넷 상에 업로드를 하다 보니, 이 만화들을 물질로 굳혀보고 싶다는 마음은 저절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인터넷은 스크롤을 통해서 과거로 가야 한다는 관문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사실 그렇게까지 4컷 만화를 파헤치기보다는 책으로써 페이지를 훑어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스크롤링에서 출판으로 포맷을 옮기는 과정이 직렬연결에서 병렬연결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Q7. 작가님의 만화에는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 작가님을 자극하는 관심 주제들은 무엇인가요?
A.
1. 나는 대체 뭐지
2.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3. 사람들을 송두리째 바꿀 미래 기술들, 그리고 그 미래 기술들의 긍정적(부정적)영향들
4. 죽음

Q8. 이번 책의 물리적인 형태나 컨셉이 무척 독특한데, 이 기획의 시작은 어디였나요?
A. 작년에 친구네 집에서, 친구가 미대 입시 때 사용했던 아이디어 북을 발견했었습니다. 굉장히 작고 두터운 정육면체 모양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의 어느 부분을 펼치더라도 한 가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형태였습니다. 그 책을 구경하면서, 제 4컷 만화들도 만약 책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무 데나 펼쳤을 때 한 가지 만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부터 책의 모양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독자가 어떤 한 가지 문제에 몰두하고 있을 때, 4컷 만화를 한두 개 꺼내 먹으면서 신선한 시선으로 주어진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Q9. 연재량이 상당한데, 과거의 작품들을 다시 마주하며 원고를 추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언제가 가장 고통스러우셨나요?
A. 제가 초기에 그렸던 만화들을 삽입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늘 오래된 창작물들은 창작자로 하여금 숨기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성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예전에는 더 과격한 표현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과거의 제 그림과 생각들을 마주하는 것이 꽤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들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이 책의 완성이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짓고, 최소한의 가공만 거쳐서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마음 한켠에서는 예전 만화들을 모두 리뉴얼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제 주변 모두가 말려주셨습니다. 말려주셔서 감사합니다.
Q10.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죠. 반대로 작업하면서 가장 신나고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책의 테스트본을 손으로 쥐었을 때가 가장 신났습니다. 동시에 여러 개의 테스트본을 거치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가 대단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지점이 있다면, 지-음 지원사업의 지원금이 있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가본을 원 없이 뽑아봤다는 것입니다.
Q11. 인터넷 화면에서 볼 때와 종이 책으로 볼 때의 느낌이 참 달라요. 가본을 제작하면서 구상이 바뀌기도 했나요?
A. 인터넷 만화에서 출판 만화로 넘어갈 때 전반적인 컨셉이 달라졌습니다. 초반에는 "인터넷 만화니까, 책도 인터넷의 차가운 느낌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장 기본적인 백색 아트지를 통해 디지털 스크린을 옮긴 듯한 느낌으로 책의 컨셉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본을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출판 만화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아예 갈아타야겠다는 방향으로 뒤집었습니다. 만질 수 있는 책이기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종이 톤으로 만화들을 바라본다면, 같은 원고를 보더라도 인터넷에서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느낄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로써 꼭 원본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Q12. 긴 시간 연재를 하셨으니 그림체의 변화도 있었을 텐데, 책이라는 하나의 묶음 안에 이를 담아내며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A. 만화를 진행해 온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생기는 변화들을 어떻게 책에 녹여 넣을 것인지가 주된 고민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캐릭터의 생김새, 그림체, 브러시 사이즈까지 모두 달라졌기에, 이것을 통일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억누르는 데에 많은 신경을 쏟았습니다.
저는 단편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지만 흔히들 장편 만화에서 1화와 마지막 화의 그림체가 너무 달라져 버리는 현상을 넌지시 체험하게 된 것 같습니다. 새삼 몇십 년 동안 부동의 그림체를 유지하신 아리카와 히로무 같은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Q13. 끝이 없는 인터넷 연재와 달리, '책'은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잖아요. 완성 후에 창작자로서 느끼는 변화가 있나요?
A. 인터넷 연재물로써, 끝나지 않는 완결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느낌은 어떻게 보면 쉽게 소진될 수도 있었을 환경이었을 거라는 회한이 듭니다. 책을 만드는 행위, 시작과 끝을 고정해버리는 단호함을 통해 한 단락을 맺음으로써 느껴지는 상쾌함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제 창작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Q14. 창작의 과정이 늘 순탄치만은 않을 텐데, 작가님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A. 뭔가 재밌는 것을 만들고, 동시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들고 싶어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저를 계속 굴러가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게 너무 재밌어서 또 하고싶다!" 라는 마음가짐 자체가 재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쪽이었으면 좋겠으나, 그림을 그리며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채찍질이 필요할 때가 있는 평범한 사람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Q15. 책에 담긴 수많은 에피소드 중,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페이지나 내용이 있다면요?
A. 제일 마지막 만화는 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Q16. '짤쭈'라는 이름의 탄생 비화와 이 캐릭터들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짤쭈는 잘린 주둥이의 줄임말입니다. 카피바라 특유의 옆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했고, 이 개체의 성격과 형태가 마음에 들어서 늘 낙서를 해오곤 했습니다. 물론, 아무도 이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 카피바라라고 인식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개, 쥐, 돼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 이형의 동물... 하지만 어떤 동물인지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점도 당당한 하나의 특성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Q17.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정의해 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A. 카피바라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작가에게 시험을 받습니다.
Q18. 제본 방식을 고를 때 고민이 깊었다고 들었습니다. 예산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다 탄생한 디자인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A. 저는 노출사철제본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 한 가지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컨셉 때문에, 180도로 펼쳐지는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굉장히 비쌌고, 결국 무선제본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로 고정되었을 땐 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각골통한의 마음으로, 느낌이라도 살려보자는 생각에 책등을 노출사철제본인 것처럼 이미지를 디자인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땐 마치 노출사철제본인 것처럼 착시를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디자인하고 보니, 이 가짜 노출사철제본의 컨셉이 만화책의 주제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노출사철제본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형태를 고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쩔 땐 부족함에서 짜내는 아이디어가 훨씬 마음에 들 수도 있다는 교훈을 획득했습니다.

Q19. 이번 [지-음] 프로그램의 멘토링이 작가님께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A. 서브웨이 처음 주문할 때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판도 마찬가지로 이 출판이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처음 진입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벽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관문을 철거하는 데 있어서 멘토 분들께서 혁혁한 도움을 제공해 주신 것이 확실했습니다.
출판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지금 제가 서브웨이 주문하는 것처럼 더 안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또 다른 책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무슨 책 베이스에서부터 시작할지, 어떤 재료를 첨가해야 할지, 어떤 소스가 좋을지는 매번 달라질 것이지만, 일단 저는 다시금 제 첫 샌드위치를 만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처음보다는 쉽게 재방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Q20. 프로그램 기간 중 유독 기억에 남는, 혹은 작가님을 위로해준 순간이 있었다면요?
A. 독립출판 지원사업이 마무리되고, 함께 한 2기 동료분들과 함께 돈가스를 먹었던 기억입니다.
바삭함과 촉촉함이 대단했으나, 비쌌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억으로만 소비할 생각이 있습니다.
Q21. 책이 나온 뒤, 독자들이나 주변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주시나요?
A. 축하해~ (에반게리온 오메데토 박수)
Q22. 앞으로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A. 이 지원사업 과정을 통해서 "책 만들기" 스킬을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창작물을 책으로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새로운 도구를 쥐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새손(@saeson.kr)이라는 아이디로 개인 작업도 병행해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매일 간단하게 해를 보고 그리는 작업을 해 보고 있습니다. 매일 하나씩 해를 그려서, 몇백 개의 해 도감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23. 마지막으로, 독립출판의 문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동료 창작자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려요.
A. 저희가 만들 책들은 교보문고에 진열된, 화려한 토핑이 올려진 표지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지닐 것입니다.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책을 만들어도 쿨 할 수 있는 환경이니, 적극적으로 독립출판업계를 공습해보세요.
아 그리고 독립출판서점들을 꼭 기습해서 책들을 구경해보세요. 정말 흥미로운 디자인과 관념들이 많습니다.

[짤쭈만화1] 은 새손 작가님 메일 및 입고된 서점에서 구매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새손 작가
📌구매 신청 : sosaso4a@naver.com
📌입고 서점 :
📌INSTAGRAM : @zzalz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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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ㅣ 기획자 조원현 1hyun@ssm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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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를 잃어버린 개들의 엉뚱 난감한 사고실험 <짤쭈만화 1> : 새손
Q1.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만화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A. 안녕하세요, 짤쭈만화를 만들고 있는 새손이라고 합니다. 만화 작업과 함께 그림 이미지, 3D, 영화 작업 등에 팔과 다리들을 하나씩 담근 채로 살고 있습니다.
Q2. 독립출판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마치고 무사히 책을 완성하셨습니다. 지금 소감이 어떠신가요?
A. 개인적으로는 매우 강력한 경험이었습니다. 강력하다 하니까 무슨 애플 신제품 소개 문구 같지만 말 그대로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만화를 계속해서 제작하고는 있지만 출판이라는 영역은 왠지 생소한 기분이 들어 쉽게 다가가지 못했었는데요, 이렇게 또 다른 장르의 벽을 넘어봤다는 감각이 누군가에겐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Q3. 오랫동안 연재해오신 ‘짤쭈’들이 드디어 종이 위에 안착했네요. 이번 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짤쭈만화>는 인터넷 등지에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는 캐릭터 4컷 만화입니다. 여러 가지 잡생각들을 조합해서 특이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추출하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사고실험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짤쭈는 잘린 주둥이의 줄임말입니다. 주둥이를 잃어버린 특이한 모습을 한 이 개들은 결국은 개가 될 수 없기에, 비슷하게 생긴 카피바라를 자처하며 살아갑니다. 어딘가 불완전한 이들은 작가의 채찍질로 인해 그들만의 세계관에서 끊임없이 괴상한 고난을 겪거나, 난감한 딜레마에 휘말립니다.
Q4. ‘짤쭈만화’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작가님 생각에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가장 즐겁게 즐기실 수 있을까요?
A. 댓글 중에서 "뭔가 가볍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오하지도 않아서 좋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너무 가벼워졌을 때 진지하려고 하고, 너무 진지해졌을 때에는 가볍게 가져가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만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블랙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를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5. 4컷 만화 한 편 한 편이 독립된 에피소드이지만, 책 한 권으로 묶으면서 관통하는 메시지도 생겼을 것 같아요.
A. 이 책은 4컷 만화 묶음이기 때문에, 모든 편들이 다 각자만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약간 웃겼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은 은은하게 깔려 있는 것 같은데, 동시에 제가 늘 생각하던 공상들을 섞어서 이런 상황에 던져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력 단련에 가까워졌습니다.
Q6. 온라인 연재를 꽤 오래 하셨는데, 특별히 ‘책’이라는 물질적인 형태로 박제하고 싶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A. 만화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넷 상에 업로드를 하다 보니, 이 만화들을 물질로 굳혀보고 싶다는 마음은 저절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인터넷은 스크롤을 통해서 과거로 가야 한다는 관문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사실 그렇게까지 4컷 만화를 파헤치기보다는 책으로써 페이지를 훑어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스크롤링에서 출판으로 포맷을 옮기는 과정이 직렬연결에서 병렬연결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Q7. 작가님의 만화에는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 작가님을 자극하는 관심 주제들은 무엇인가요?
A.
1. 나는 대체 뭐지
2.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3. 사람들을 송두리째 바꿀 미래 기술들, 그리고 그 미래 기술들의 긍정적(부정적)영향들
4. 죽음
Q8. 이번 책의 물리적인 형태나 컨셉이 무척 독특한데, 이 기획의 시작은 어디였나요?
A. 작년에 친구네 집에서, 친구가 미대 입시 때 사용했던 아이디어 북을 발견했었습니다. 굉장히 작고 두터운 정육면체 모양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의 어느 부분을 펼치더라도 한 가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형태였습니다. 그 책을 구경하면서, 제 4컷 만화들도 만약 책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무 데나 펼쳤을 때 한 가지 만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부터 책의 모양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독자가 어떤 한 가지 문제에 몰두하고 있을 때, 4컷 만화를 한두 개 꺼내 먹으면서 신선한 시선으로 주어진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Q9. 연재량이 상당한데, 과거의 작품들을 다시 마주하며 원고를 추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언제가 가장 고통스러우셨나요?
A. 제가 초기에 그렸던 만화들을 삽입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늘 오래된 창작물들은 창작자로 하여금 숨기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성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예전에는 더 과격한 표현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과거의 제 그림과 생각들을 마주하는 것이 꽤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들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이 책의 완성이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짓고, 최소한의 가공만 거쳐서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마음 한켠에서는 예전 만화들을 모두 리뉴얼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제 주변 모두가 말려주셨습니다. 말려주셔서 감사합니다.
Q10.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죠. 반대로 작업하면서 가장 신나고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책의 테스트본을 손으로 쥐었을 때가 가장 신났습니다. 동시에 여러 개의 테스트본을 거치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가 대단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지점이 있다면, 지-음 지원사업의 지원금이 있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가본을 원 없이 뽑아봤다는 것입니다.
Q11. 인터넷 화면에서 볼 때와 종이 책으로 볼 때의 느낌이 참 달라요. 가본을 제작하면서 구상이 바뀌기도 했나요?
A. 인터넷 만화에서 출판 만화로 넘어갈 때 전반적인 컨셉이 달라졌습니다. 초반에는 "인터넷 만화니까, 책도 인터넷의 차가운 느낌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장 기본적인 백색 아트지를 통해 디지털 스크린을 옮긴 듯한 느낌으로 책의 컨셉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본을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출판 만화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아예 갈아타야겠다는 방향으로 뒤집었습니다. 만질 수 있는 책이기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종이 톤으로 만화들을 바라본다면, 같은 원고를 보더라도 인터넷에서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느낄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로써 꼭 원본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Q12. 긴 시간 연재를 하셨으니 그림체의 변화도 있었을 텐데, 책이라는 하나의 묶음 안에 이를 담아내며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A. 만화를 진행해 온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생기는 변화들을 어떻게 책에 녹여 넣을 것인지가 주된 고민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캐릭터의 생김새, 그림체, 브러시 사이즈까지 모두 달라졌기에, 이것을 통일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억누르는 데에 많은 신경을 쏟았습니다.
저는 단편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지만 흔히들 장편 만화에서 1화와 마지막 화의 그림체가 너무 달라져 버리는 현상을 넌지시 체험하게 된 것 같습니다. 새삼 몇십 년 동안 부동의 그림체를 유지하신 아리카와 히로무 같은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Q13. 끝이 없는 인터넷 연재와 달리, '책'은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잖아요. 완성 후에 창작자로서 느끼는 변화가 있나요?
A. 인터넷 연재물로써, 끝나지 않는 완결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느낌은 어떻게 보면 쉽게 소진될 수도 있었을 환경이었을 거라는 회한이 듭니다. 책을 만드는 행위, 시작과 끝을 고정해버리는 단호함을 통해 한 단락을 맺음으로써 느껴지는 상쾌함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제 창작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Q14. 창작의 과정이 늘 순탄치만은 않을 텐데, 작가님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A. 뭔가 재밌는 것을 만들고, 동시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들고 싶어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저를 계속 굴러가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게 너무 재밌어서 또 하고싶다!" 라는 마음가짐 자체가 재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쪽이었으면 좋겠으나, 그림을 그리며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채찍질이 필요할 때가 있는 평범한 사람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Q15. 책에 담긴 수많은 에피소드 중,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페이지나 내용이 있다면요?
A. 제일 마지막 만화는 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Q16. '짤쭈'라는 이름의 탄생 비화와 이 캐릭터들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짤쭈는 잘린 주둥이의 줄임말입니다. 카피바라 특유의 옆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했고, 이 개체의 성격과 형태가 마음에 들어서 늘 낙서를 해오곤 했습니다. 물론, 아무도 이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 카피바라라고 인식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개, 쥐, 돼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 이형의 동물... 하지만 어떤 동물인지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점도 당당한 하나의 특성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Q17.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정의해 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A. 카피바라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작가에게 시험을 받습니다.
Q18. 제본 방식을 고를 때 고민이 깊었다고 들었습니다. 예산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다 탄생한 디자인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A. 저는 노출사철제본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 한 가지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컨셉 때문에, 180도로 펼쳐지는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굉장히 비쌌고, 결국 무선제본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로 고정되었을 땐 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각골통한의 마음으로, 느낌이라도 살려보자는 생각에 책등을 노출사철제본인 것처럼 이미지를 디자인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땐 마치 노출사철제본인 것처럼 착시를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디자인하고 보니, 이 가짜 노출사철제본의 컨셉이 만화책의 주제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노출사철제본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형태를 고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쩔 땐 부족함에서 짜내는 아이디어가 훨씬 마음에 들 수도 있다는 교훈을 획득했습니다.
Q19. 이번 [지-음] 프로그램의 멘토링이 작가님께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A. 서브웨이 처음 주문할 때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판도 마찬가지로 이 출판이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처음 진입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벽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관문을 철거하는 데 있어서 멘토 분들께서 혁혁한 도움을 제공해 주신 것이 확실했습니다.
출판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지금 제가 서브웨이 주문하는 것처럼 더 안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또 다른 책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무슨 책 베이스에서부터 시작할지, 어떤 재료를 첨가해야 할지, 어떤 소스가 좋을지는 매번 달라질 것이지만, 일단 저는 다시금 제 첫 샌드위치를 만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처음보다는 쉽게 재방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Q20. 프로그램 기간 중 유독 기억에 남는, 혹은 작가님을 위로해준 순간이 있었다면요?
A. 독립출판 지원사업이 마무리되고, 함께 한 2기 동료분들과 함께 돈가스를 먹었던 기억입니다.
바삭함과 촉촉함이 대단했으나, 비쌌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억으로만 소비할 생각이 있습니다.
Q21. 책이 나온 뒤, 독자들이나 주변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주시나요?
A. 축하해~ (에반게리온 오메데토 박수)
Q22. 앞으로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A. 이 지원사업 과정을 통해서 "책 만들기" 스킬을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창작물을 책으로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새로운 도구를 쥐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새손(@saeson.kr)이라는 아이디로 개인 작업도 병행해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매일 간단하게 해를 보고 그리는 작업을 해 보고 있습니다. 매일 하나씩 해를 그려서, 몇백 개의 해 도감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23. 마지막으로, 독립출판의 문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동료 창작자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려요.
A. 저희가 만들 책들은 교보문고에 진열된, 화려한 토핑이 올려진 표지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지닐 것입니다.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책을 만들어도 쿨 할 수 있는 환경이니, 적극적으로 독립출판업계를 공습해보세요.
아 그리고 독립출판서점들을 꼭 기습해서 책들을 구경해보세요. 정말 흥미로운 디자인과 관념들이 많습니다.
[짤쭈만화1] 은 새손 작가님 메일 및 입고된 서점에서 구매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새손 작가
📌구매 신청 : sosaso4a@naver.com
📌입고 서점 :
📌INSTAGRAM : @zzalz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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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ㅣ 기획자 조원현 1hyun@ssm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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