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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인터뷰상상력을 제한받지 않는 문학 공간

포에트리 앤[Poetry&] 대표 이영주 시인 인터뷰

상상력을 제한받지 않는 문학 공간


예술인 팀 <6상 선수들>이 만나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6




※  KT&G 상상마당은 파견 예술인들과 함께 격주 화요일,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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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소연정


Q. 포에트리 앤(Poetry&)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포에트리 앤은 시인, 소설가, 비평가, 번역가 등 다양한 문인들이 직접 클래스를 진행하는 공간이에요. 지금은 시 창작, 소설창작 클래스 위주로 하고 있는데 문학, 예술, 더 넓게는 인문학까지, 쓰는 일 읽는 일을 지속해서 향유하는 공간을 목표로 해요.


Q. 포에트리 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일반인들이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방식 자체가 문화센터 아니면 아카데미잖아요. 그런데 문화센터는 내밀함이 부족하고, 아카데미는 예술보다는 학문적인 느낌이어서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공간이 있었으면 했어요. 요즘에는 독립책방이나 작은 도서관에서 그 일을 하고 있지만, 책이 위주이기 때문에 이벤트성으로 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지속적으로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오랜 기간 시인으로 활동했잖아요. 그동안 쌓아온 아이디어나 기획을 다양한 작가님들과 시도하고 싶었어요. 그중 하나가 여성 문학 공동체였고 다른 하나는 상상력을 제한 받지 않는 문학 공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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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시인은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탕들>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가 있다. 영문시선집 <cold candis>으로 2022년 미국 루시엔 스트릭상을 수상했다. 산문집으로는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등이 있다.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예술 창작 공간 포에트리 앤을 운영하고 있다.


Q. 상상력을 제한 받지 않는 문학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요?

지난 6월에 ‘시와 소설은 구분되는가?‘라는 행사를 기획했어요. 그때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라는 루마니아 작가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소설 작품 완독회를 2주간 진행했거든요. 그 책을 선택한 이유는 시와 소설을 다 아우르고 있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서예요.

작품에 폴렌타라는 헝가리 옥수수수프가 나와요. 근데 우리는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게 도대체 어떤 맛일까?” 얘기를 하다가 다음 회차에 참여자분이 폴렌타를 만들어 왔어요. 이런 건 문화센터나 아카데미에서 하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럴 때 저는 기쁨을 느껴요. 다 같이 수프를 나눠 먹는 순간을 지금도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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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완독회 속 폴렌타수프, (우)정재율시인 행사사진


Q. 위에 말씀했던 행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시인으로서의 경험이나 태도가 포에트리 앤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사실 문인들이 노동 착취를 많이 당해요. 특히 현실적인 조건이나 상황들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저는 제가 시인이니까 복지를 제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현실이 만만치가 않네요. 포에트리 앤 클래스는 문학이론 수업이 아닌 창작수업 위주인데, 다수의 인원이 모여서 수업을 하면 합평 퀄리티가 떨어져요. 그래서 9명의 소수 정원으로 진행하고 있죠. 인원이 적다 보니 수입이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강사 복지가 쉽지 않네요. 그렇다고 수업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은 서로 부담이 되고 임대료나 운영비도 신경 써야 하고요. 포에트리 앤을 시작하면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지점과 막상 운영하면서 느낀 현실의 한계들이 많습니다.


Q. 문학은 홍대보다 망원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왜 홍대로 자리 잡았나요?

그냥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망원에 마땅한 공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젊은 층이 오길 바란 것도 있어요. 제가 20~30대 시절에 합정동에 살았거든요. 매일 인디밴드 공연 가거나 새벽까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독서 모임 하고 시인들이랑 술도 꽤 마셨어요. 그 당시에는 어디 가면 “걔 누구 있다더라” 어디 가면 “어저께 봤는데 어땠다더라"라는 말을 나눌 정도로 소규모 문화 공동체 느낌이 강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홍대는 저의 청년 시절을 행복하게 해줬던 공간이죠. 그래서 홍대로 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교통도 중요했죠. 저희 클래스는 수도권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그 점을 생각해야 했고요. 포에트리 앤이 위치한 공간이 시끌벅적한 홍대 메인 스트릿을 지나서 위치한 골목인데요. 이 부근에는 소소한 맛집, 카페가 많고 고즈넉하고 안정적인 느낌도 있어서 이곳을 택했어요.


Q. 홍대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셨고 현재는 포에트리 앤도 운영하고 계시는데 대표님은 홍대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최근에 느낀 바는 문화적인 인프라보다 소비의 인프라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근데 이 소비가 각양각색의 소비면 소비 자체가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그게 아니라 획일적인 소비문화인 거죠. 이게 아무래도 관광객들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국적인 느낌이 있다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느낌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제점을 개개인의 예술인들이 개선해 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정책적으로 관광객을 끌어안고 갈 수 있는 문화적인 기획들이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관광객들이 대형 쇼핑몰 가서 소비하고 빠져나가는 식이 아닌, 문화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새로운 관광 문화도 형성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제도적으로 많이 뒷받침되어야겠죠.


Q. 시 얘기를 해볼게요. 대중들에게 시는 낯설어요. 자기 계발이나 소설, 에세이를 훨씬 많이 읽죠. 누군가는 시를 읽을 생각 자체를 못하기도 하고 많이 어려워해요. 왜 그런 걸까요?

시는 문장을 읽고 나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죠. 시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 그러니까 시간 투자가 필요한 장르인 거예요.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게 돈 개념하고 관련이 있고 사람에 따라 낭비된다고 생각하잖아요. 예를 들면 영화나 음악, 전시 같은 즉각적인 문화는 소비하기가 쉽잖아요. 아무래도 즉각적이고 즉물적인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수록 사유를 동반하는 세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를 읽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개선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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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나라들도 그런가요? 시를 많이 안 읽나요?

전 세계적으로도 시는 많이 안 읽는 것 같아요. 흥미로운 지점은 의외로 현대시를 쓰는 나라가 별로 없는데 우리나라가 굉장히 발달했다는 점이에요. 외국 작가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워하죠. 외국은 현대시도 적지만 소설과 시를 겸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소설가, 시인 이렇게 나눠져 있는 점도 그렇고요. 시가 계속 출판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되어 있는 한국의 출판 문화가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Q. 많은 사람이 시인은 가난할 것 같고, 다른 사람이랑 못 어울릴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요. 작가님은 이 편견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정말 딱 편견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가난한 건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시를 쓰면서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모든 예술이 그렇죠. 예술 한 가지만 해서는 힘들죠. 돈 버는 일에 올인하는 시간을 시인들은 온전히 가질 수가 없어요. 시를 쓰려면 마음 투자, 시간 투자를 해야 하고 두 개의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두 개의 인생 중 하나만 선택해서 사는 사람보다는 가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시인이나 작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매체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요? 뿔테 안경 끼고 부스스한 머리칼 모양에 게으르고 술에 취해 있고 이런 모습들을 보여준 적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제 주변 문인들이나 문학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시대의 트렌디함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슷하면서 다른 이야기지만 시집을 보면 시인은 확실히 자기만의 방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시를 읽기 전에 저를 만난 분들은 나중에 제 시를 읽고 깜짝 놀라요. 젊었을 때는 꿈이 개그맨이냐고 물어본 적도 있을 정도로 재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누군가와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집착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집에 혼자 있으면 많이 우울합니다.

누구나 상처는 있어요. 단지 누군가는 쉽게 털어버리고 잊는다면 누군가는 하나하나 다 기억하는 면을 가지고 있는 거죠. 존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기질이 있어요. 많은 경우 부정적인 생각을 빨리 떨쳐내고 그냥 긍정적인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지면 걷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상처받은 자신을, 타인을 그냥 버릴 수가 없어요. 돌봐야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예술을 하게 되는데 저는 그것이 건강하다고 보거든요.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을 돌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 사회가 좋아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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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와 포에트리 앤 내부사진


Q. 지난 5월에는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라는 시집이 나왔습니다. 2022년에 <cold candis> 라는 영역본 시집으로 루시엔 스트릭번역상도 받으셨고요! 이번 신작 시집에 무엇을 담고자 했나요?

‘좋은 말만 해야 된다’는 긍정의 언어만 취급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좋은 말이 아니면 뭔가 죄를 짓거나 치료의 대상이 되는 사회라고 여겨지는 숨 막힘이 있는 것 같아요. 진실은 어두울 수도 있는 것인데요. 긍정과잉에만 기대어 가는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쓴 시예요. ‘좋은 말만 하는 것이 과연 진실을 담아낼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는 것이죠.


Q. 작가님 시를 포함해서 독자는 시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독자들이 시를 되게 어렵게 생각하잖아요. 일단 ‘어려운 장르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시 한 편을 읽었을 때 이걸 다 이해하려고 하니까 어렵게 느껴지는 거거든요. 근데 시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세계예요. 왜냐하면 마음의 세계니까.

그래서 시를 읽었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한 구절이라도 마음에 들면 그냥 그 시를 좋아하면 돼요. 반대로 시를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왠지 뉘앙스가 좋고 계속 생각난다면 그 자체로 시는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를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Q. 24년간 시인으로 지내셨어요.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하는 게 힘든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셨나요?

읽고 쓰는 게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쓸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안 써질 때 힘들기도 하지만 쓰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앞으로도 재미있으면 계속 쓰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망, 계속 나의 시를 갱신하고 내가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젊었을 때 저는 중장비 자격증을 따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기술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직업을 생각했다가도 어떤 순간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을 깨닫고부터는 문학 위주로 삶을 꾸려가기로 했어요. 돈 버는 일도 시나 글에 관련된 일로 채워지니까 그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을 못 하게 되었죠.


Q. 벌써 한 해가 지나갑니다. 작가님은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시와 관련된 것 말고 다른 일에도 관심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포에트리 앤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는데 부침도 있고 위기도 찾아오고 쉽지 않아요. 그래도 꾸준히 해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2년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문장의 소리>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KBS의 라디오 <문화 공감>에서 시를 소개하는 일도 하고요. 방송 진행에 대해 경험하고 있는데 만약에 기회가 있다면 이 경험을 더 해보고 싶어요. 둘 다 문학에 대한 팟캐스트인데 팟캐스트 매체로도 제 일을 넓혀가고 싶어요.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포에트리 앤 대표 이영주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어 : 박주연, 소연정, 시로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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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예술인 팀 ‘6상선수들’

상상마당과 함께 달리는 6명의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은 힙합프로듀서 시로스카이, 뮤지션 롱디, 시각예술가 이해련, 시각예술가 박주연, 그림책 작가 소연정, 극작가 임진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상선수들’은 격주 화요일마다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홍대의 예술인, 문화 예술 관계자들을 모시고 ‘홍대의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주제를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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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 소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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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23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협업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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