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레인보우큐브] 김성근 대표 인터뷰
예술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이 만나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5
※ KT&G 상상마당은 파견 예술인들과 함께 격주 화요일,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모든 글의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그림 : 소연정
Q. 레인보우큐브 갤러리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시각예술 전시공간입니다. 오래된 주택을 전시장으로 개조한 공간이에요. 2015년에 공간을 오픈해서 8년 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네요.
Q. 갤러리 이름은 왜 레인보우큐브로 짓게 되었나요?
아주 긴 역사가 있는데요. 짧게 얘기 드리면 2011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제가 망원동에 공동작업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미술 전공자가 아닌데 어쩌다 미술을 하고 있냐면, 홍대에서 태어나고 자라다보니 주변에 홍대 미대생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제일 친한 친구가 홍대 미대를 다녔던 친구인데, 그 친구는 졸업하고 그림 그릴 작업실이 필요했고, 저는 사무실처럼 쓸 공간이 필요해서 같이 작업실을 구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공간에 애칭이 필요할 것 같아서 고민하다 친구가 레인보우큐브 어때? 하더라고요. ‘화이트큐브’라는 상징적인 미술용어에서 따와서, 우리는 다양한 작가들이 모인 알록달록한 공간이니까 ‘레인보우큐브’. 유치하지만 귀엽다! 하고 지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전시장 이름이 될 줄은 몰랐네요.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외경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Q. 레인보우큐브 갤러리가 하는 대표적인 활동이 있다면?
‘처음의 개인전’이라는 주요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로 벌써 7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신진 시각예술가의 첫 번째 개인전을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발표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동시대의 신진 작가들의 첫 전시를 보여주는, 예술의 최전선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의 개인전 공모 이외에도 제가 생각하는 주목할만한 작가님들이 있으면 초대 전시도 열고 하고 있습니다.
▲ 2023 처음의 개인전 공모 포스터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웹사이트 (http://www.rainbowcube-pace.com)
Q. 전시공간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농담이 아니고 정말 모든 전시마다 다 다른 개성의 감동이 있고, 다 기억이 나서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요. 모든 전시가 다 소중하고 에피소드가 다 있죠. 관람객은 오픈한 전시만 보게 되지만, 저는 전시를 준비하고 설치하고 끝내고 철수하는 과정을 작가님과 함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배워요. 전시를 열기 전에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작가와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를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요. 작가님의 작업실을 찾아가고 준비과정을 함께 하는 경험들이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 전보배 개인전《3202》전경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Q. 갤러리 외에 공동작업실도 운영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처음에는 합정동에서 20평 안 되는 작업실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건물도 좀 많고 그림도 좀 많이 모으시는 미술 애호가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분이 저를 좀 좋게 봐주셨는지, 망원동에 비어있는 60평 정도 되는 공간이 하나 있는데 거기를 미술 작업실로 써보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되게 싼 임대료로 주셨어요. 그러다 몇 년 뒤에 그분이 합정동에 오래된 공간이 있는데 뭔가 해볼 생각 없냐고 하시면서 열쇠를 주시더라고요. 주소를 찾아 왔더니 여기였어요.
Q. 지금 이 전시 공간이요?
네. 그 당시에 들어왔더니 사람이 안 산지 한 1년 가까이 되어서 유령의 집처럼 되어있었는데 공간이 너무 예뻤어요. 그런데 공동작업실로 쓰기엔 구조가 좀 애매해서, 그럼 전시장으로 만들어볼까? 하다가 지금의 레인보우큐브 갤러리가 되었어요. 이곳은 원래 할머니가 혼자 사시던 주택인데, 연로하셔서 요양원에 가셨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할머니가 쓰시던 옷이나 장롱, 그릇, 상 같은 것들이 그대로 있었어요. 바깥에 보면 항아리, 절구 같은 것들도 아직 그대로 있어요. 세 개의 방과 거실이 있는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전시장으로 만들어 갔어요. 공간에서 있었던 과거의 시간들과 지금 전시까지의 시간들이 다 겹쳐있다고 생각해요.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이전 모습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Q.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매달 작업실 월세 걱정하는 예술인으로서 부럽습니다.
저는 이 사례를 다른 인터뷰에서도 많이 이야기하는데, 홍대 문화예술의 문제들, 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 등을 할 때마다 제가 항상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술가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것이에요. 그래야 저 같은 사람들이 생긴다는 사례를 알려주고 싶어요. 만약 그분이 월세를 일반적인 수준으로 올렸으면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와 그 작업실은 어쩌면 이미 7~8년 전에 없어졌을지 몰라요.
제 사례는 한 개인이 월세를 통해 기회를 준 것이지만, 개인이 아니라 마포구에서, 서울시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하면 어떻게 될까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건 맞지만 특정 골목이나 건물만큼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의 어떤 도시들은 예술가들이 도시를 떠나지 않도록 구역을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Q. 홍대는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만약에 제 고향이 홍대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었다면 지금처럼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예술가들과 어울려 살지 못했을 거예요. 초등학생, 중학생 때 거리를 돌아다니며 봤던 독특한 매력이 있는 사람들과 공간들을 보며 아 지금 내가 예술가들이 만든 분위기에 들어와 있는 거구나, 홍대가 이런 데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예술을 동경하게 된 것 같아요. 정식 아카데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홍대에서 예술을 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Q. 레인보우큐브 작업실 커뮤니티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계시죠?
저도 이렇게 큰 커뮤니티로 성장하게 된 것이 신기해요. 거의 10년 전에 만들었던 것 같은데…. 작업실 관련 정보를 올리고 주고받는 웹사이트에요. 공동작업실을 관리하다보니 공석이 나면 새로운 작가분을 구해야 했고, 지인 작가분들도 좋은 작업실 구하기가 어렵다, 정보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당시에 피터팬의 방구하기 같은 카페나 미대 학과 게시판에서 작업실을 구하곤 했는데 정보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었어요. 작업실 정보만 모여있고 공간 사진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면 분명히 하루에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을까? 해서 어설프게 만들었는데, 처음 1-2년은 거의 게시글이 없었어요. 그러다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하루에 한두 개 이상 게시물이 올라와요. 이제 회원 수가 거의 1만 명이 넘어요.
▲ 레인보우큐브 작업실 커뮤니티 (www.rainbowcube.co.kr)
Q. 저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지금 쓰는 작업실을 구했고, 지금의 동료들을 만났어요.
문화예술, 도시 관련해 여러 가지 이슈를 이야기할 때, 보통 전시공간이나 공연장, 예술 활동을 발표하는 공간이나 시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저는 사실 작업실이 그보다 100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홍대가 왜 이렇게 예술가들이 모이게 되었는지 추적하다 보면 80년대 홍대 미대생들, 다른 지역의 예술가들이 홍대 정문 근처에 작업실을 구하면서부터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기반으로 모여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오픈스튜디오를 하고 전시를 하며 점점 사람이 모이고 동네 분위기가 바뀌고 하거든요. 예술가들에게 가장 기초 기반은 작업실이라 생각해요.
Q. 이제 곧 개관 10주년이 오겠네요. 1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생긴 지 1, 2년 차에도 많은 분이 내년에는 뭐 하세요? 라고 물어봤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진짜 모르겠어서. 여전히 내년도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만약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냥 그 변화를 또 즐길 생각이에요. 내년이 주어지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Q. 마지막으로 전시장 근처 추천 맛집이 있다면?
합정역 7번 출구에서 레인보우큐브 갤러리로 걸어오는 길 첫 번째 골목에 ‘그릭조이’라는 그리스 음식점이 있어요. 사장님이 20년 전부터 홍대 정문 놀이터 앞에서 오랫동안 운영했었는데 어느 날 없어져서 저도 아쉽다 하고 잊고 지냈는데 다시 생긴 걸 몇 년 전에 알게 됐어요. 들어가 보니 세월이 흐른 사장님이 그대로 계시더라고요. 음식도 맛있고 사장님도 홍대 이야기 물어보시면 아마 엄청 많이 아실 거예요. 홍대의 산증인이세요. (웃음)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사무실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레인보우큐브갤러리' 김성근님께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어 : 이해련, 한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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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예술인 팀 ‘6상선수들’
상상마당과 함께 달리는 6명의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은 힙합프로듀서 시로스카이, 뮤지션 롱디, 시각예술가 이해련, 시각예술가 박주연, 그림책 작가 소연정, 극작가 임진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상선수들’은 격주 화요일마다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홍대의 예술인, 문화 예술 관계자들을 모시고 ‘홍대의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주제를 탐구합니다.
(6상선수들 일러스트 그림)
▲ 그림 : 소연정
* 해당 글은 KT&G 상상마당의 콘텐츠로 모든 글의 내용 및 저작권은 파견예술인팀 ‘6상선수들’과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위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23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협업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갤러리 레인보우큐브] 김성근 대표 인터뷰
예술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이 만나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5
※ KT&G 상상마당은 파견 예술인들과 함께 격주 화요일,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모든 글의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그림 : 소연정
Q. 레인보우큐브 갤러리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시각예술 전시공간입니다. 오래된 주택을 전시장으로 개조한 공간이에요. 2015년에 공간을 오픈해서 8년 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네요.
Q. 갤러리 이름은 왜 레인보우큐브로 짓게 되었나요?
아주 긴 역사가 있는데요. 짧게 얘기 드리면 2011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제가 망원동에 공동작업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미술 전공자가 아닌데 어쩌다 미술을 하고 있냐면, 홍대에서 태어나고 자라다보니 주변에 홍대 미대생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제일 친한 친구가 홍대 미대를 다녔던 친구인데, 그 친구는 졸업하고 그림 그릴 작업실이 필요했고, 저는 사무실처럼 쓸 공간이 필요해서 같이 작업실을 구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공간에 애칭이 필요할 것 같아서 고민하다 친구가 레인보우큐브 어때? 하더라고요. ‘화이트큐브’라는 상징적인 미술용어에서 따와서, 우리는 다양한 작가들이 모인 알록달록한 공간이니까 ‘레인보우큐브’. 유치하지만 귀엽다! 하고 지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전시장 이름이 될 줄은 몰랐네요.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외경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Q. 레인보우큐브 갤러리가 하는 대표적인 활동이 있다면?
‘처음의 개인전’이라는 주요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로 벌써 7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신진 시각예술가의 첫 번째 개인전을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발표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동시대의 신진 작가들의 첫 전시를 보여주는, 예술의 최전선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의 개인전 공모 이외에도 제가 생각하는 주목할만한 작가님들이 있으면 초대 전시도 열고 하고 있습니다.
▲ 2023 처음의 개인전 공모 포스터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웹사이트 (http://www.rainbowcube-pace.com)
Q. 전시공간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농담이 아니고 정말 모든 전시마다 다 다른 개성의 감동이 있고, 다 기억이 나서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요. 모든 전시가 다 소중하고 에피소드가 다 있죠. 관람객은 오픈한 전시만 보게 되지만, 저는 전시를 준비하고 설치하고 끝내고 철수하는 과정을 작가님과 함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배워요. 전시를 열기 전에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작가와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를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요. 작가님의 작업실을 찾아가고 준비과정을 함께 하는 경험들이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 전보배 개인전《3202》전경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Q. 갤러리 외에 공동작업실도 운영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처음에는 합정동에서 20평 안 되는 작업실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건물도 좀 많고 그림도 좀 많이 모으시는 미술 애호가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분이 저를 좀 좋게 봐주셨는지, 망원동에 비어있는 60평 정도 되는 공간이 하나 있는데 거기를 미술 작업실로 써보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되게 싼 임대료로 주셨어요. 그러다 몇 년 뒤에 그분이 합정동에 오래된 공간이 있는데 뭔가 해볼 생각 없냐고 하시면서 열쇠를 주시더라고요. 주소를 찾아 왔더니 여기였어요.
Q. 지금 이 전시 공간이요?
네. 그 당시에 들어왔더니 사람이 안 산지 한 1년 가까이 되어서 유령의 집처럼 되어있었는데 공간이 너무 예뻤어요. 그런데 공동작업실로 쓰기엔 구조가 좀 애매해서, 그럼 전시장으로 만들어볼까? 하다가 지금의 레인보우큐브 갤러리가 되었어요. 이곳은 원래 할머니가 혼자 사시던 주택인데, 연로하셔서 요양원에 가셨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할머니가 쓰시던 옷이나 장롱, 그릇, 상 같은 것들이 그대로 있었어요. 바깥에 보면 항아리, 절구 같은 것들도 아직 그대로 있어요. 세 개의 방과 거실이 있는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전시장으로 만들어 갔어요. 공간에서 있었던 과거의 시간들과 지금 전시까지의 시간들이 다 겹쳐있다고 생각해요.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이전 모습 - 출처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Q.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매달 작업실 월세 걱정하는 예술인으로서 부럽습니다.
저는 이 사례를 다른 인터뷰에서도 많이 이야기하는데, 홍대 문화예술의 문제들, 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 등을 할 때마다 제가 항상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술가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것이에요. 그래야 저 같은 사람들이 생긴다는 사례를 알려주고 싶어요. 만약 그분이 월세를 일반적인 수준으로 올렸으면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와 그 작업실은 어쩌면 이미 7~8년 전에 없어졌을지 몰라요.
제 사례는 한 개인이 월세를 통해 기회를 준 것이지만, 개인이 아니라 마포구에서, 서울시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하면 어떻게 될까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건 맞지만 특정 골목이나 건물만큼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의 어떤 도시들은 예술가들이 도시를 떠나지 않도록 구역을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Q. 홍대는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만약에 제 고향이 홍대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었다면 지금처럼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예술가들과 어울려 살지 못했을 거예요. 초등학생, 중학생 때 거리를 돌아다니며 봤던 독특한 매력이 있는 사람들과 공간들을 보며 아 지금 내가 예술가들이 만든 분위기에 들어와 있는 거구나, 홍대가 이런 데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예술을 동경하게 된 것 같아요. 정식 아카데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홍대에서 예술을 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Q. 레인보우큐브 작업실 커뮤니티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계시죠?
저도 이렇게 큰 커뮤니티로 성장하게 된 것이 신기해요. 거의 10년 전에 만들었던 것 같은데…. 작업실 관련 정보를 올리고 주고받는 웹사이트에요. 공동작업실을 관리하다보니 공석이 나면 새로운 작가분을 구해야 했고, 지인 작가분들도 좋은 작업실 구하기가 어렵다, 정보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당시에 피터팬의 방구하기 같은 카페나 미대 학과 게시판에서 작업실을 구하곤 했는데 정보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었어요. 작업실 정보만 모여있고 공간 사진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면 분명히 하루에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을까? 해서 어설프게 만들었는데, 처음 1-2년은 거의 게시글이 없었어요. 그러다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하루에 한두 개 이상 게시물이 올라와요. 이제 회원 수가 거의 1만 명이 넘어요.
▲ 레인보우큐브 작업실 커뮤니티 (www.rainbowcube.co.kr)
Q. 저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지금 쓰는 작업실을 구했고, 지금의 동료들을 만났어요.
문화예술, 도시 관련해 여러 가지 이슈를 이야기할 때, 보통 전시공간이나 공연장, 예술 활동을 발표하는 공간이나 시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저는 사실 작업실이 그보다 100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홍대가 왜 이렇게 예술가들이 모이게 되었는지 추적하다 보면 80년대 홍대 미대생들, 다른 지역의 예술가들이 홍대 정문 근처에 작업실을 구하면서부터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기반으로 모여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오픈스튜디오를 하고 전시를 하며 점점 사람이 모이고 동네 분위기가 바뀌고 하거든요. 예술가들에게 가장 기초 기반은 작업실이라 생각해요.
Q. 이제 곧 개관 10주년이 오겠네요. 1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생긴 지 1, 2년 차에도 많은 분이 내년에는 뭐 하세요? 라고 물어봤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진짜 모르겠어서. 여전히 내년도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만약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냥 그 변화를 또 즐길 생각이에요. 내년이 주어지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Q. 마지막으로 전시장 근처 추천 맛집이 있다면?
합정역 7번 출구에서 레인보우큐브 갤러리로 걸어오는 길 첫 번째 골목에 ‘그릭조이’라는 그리스 음식점이 있어요. 사장님이 20년 전부터 홍대 정문 놀이터 앞에서 오랫동안 운영했었는데 어느 날 없어져서 저도 아쉽다 하고 잊고 지냈는데 다시 생긴 걸 몇 년 전에 알게 됐어요. 들어가 보니 세월이 흐른 사장님이 그대로 계시더라고요. 음식도 맛있고 사장님도 홍대 이야기 물어보시면 아마 엄청 많이 아실 거예요. 홍대의 산증인이세요. (웃음)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사무실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레인보우큐브갤러리' 김성근님께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어 : 이해련, 한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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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예술인 팀 ‘6상선수들’
상상마당과 함께 달리는 6명의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은 힙합프로듀서 시로스카이, 뮤지션 롱디, 시각예술가 이해련, 시각예술가 박주연, 그림책 작가 소연정, 극작가 임진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상선수들’은 격주 화요일마다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홍대의 예술인, 문화 예술 관계자들을 모시고 ‘홍대의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주제를 탐구합니다.
(6상선수들 일러스트 그림)
▲ 그림 : 소연정
* 해당 글은 KT&G 상상마당의 콘텐츠로 모든 글의 내용 및 저작권은 파견예술인팀 ‘6상선수들’과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위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23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협업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