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사춘기] 유지현 대표 인터뷰
우리의 취향이 만나는 곳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이 만나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4
※ KT&G 상상마당은 파견 예술인들과 함께 격주 화요일,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모든 글의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그림 : 소연정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책방 사춘기'를 운영하는 유지현입니다.
책방 사춘기는 어린이 청소년 문학 서점으로 그림책, 동화, 청소년 소설 그리고 여전히 사춘기인 어른들을 위한 문학과 에세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Q <책방 사춘기>는 어떤 뜻인가요?
사춘기 시절을 생각하면 누구나 재미있는 추억을 떠올리잖아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아직도 사춘기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사춘기를 긍정적인 추억으로 생각하는데, 다들 그런 건 아닌가 봐요. 아이들이 와서 “사춘기는 나쁜 뜻 아니에요? 책방 이름 바꿔주세요.”라고 한 적도 있어요.
Q 독립 책방을 어떻게 열게 되었나요?
책방을 열기 전에 했던 일이 책을 소개하는 일이기도 했고, 평소 특색이 있는 작은 책방, 카페, 소품 가게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취향에 맞고 할 수 있는 일이 합쳐진 게 '책방'이었던 거 같아요. 제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장르에 무척 매력을 느꼈는데, 이걸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 사춘기를 열게 되었습니다.
▲ 책방 전시의 가장 큰 포인트인 전면 창. 옷을 갈아입듯 매달 이미지가 바뀐다.
『허락 없는 외출』(휘리 그림책 / 오후의소묘)
Q 위치가 마포(홍대)인 이유는요?
마포에 자리를 잡은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처음 광진구 군자동에서 1년 동안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접근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위치에 관한 고민도 하게 되었고, 또 당시 그 주변에 책방이 저밖에 없어서 외롭기도 했거든요. 마포구에는 제가 좋아하는 책방도, 친구들도 많아서 든든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오고 싶었어요.
Q 요즘 홍대가 변했다고 느끼시나요?
홍대는 재미있는 곳이에요. 화려하고 힙한 번화가 같으면서도 토박이처럼 오래 사는 사람들도 있어서 정감 있는 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골목 하나 차이로 다른 느낌이 공존하는 게 재밌어요. 변화는 확실히 크게 느껴져요. 책방이 자리한 이 골목만 해도 5년 동안 많이 변했어요. 처음 이사 왔을 땐 주거 지역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제법 상권이 들어섰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좋아요. 저에겐 다양한 이웃들이 생기는 거니까요. 다만 잘되지 않으면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공간도 많아서 그 점은 아쉬워요.
▲ 책에는 수록되지 않은 그림만 모아 전시. 달에 닿기를 꿈꾸는 나팔꽃처럼 작가가 최선을 다해 그림책을 만든 시간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달에 간 나팔꽃』(이장미 그림책 / 글로연)
Q 책방에 입고하고 있는 책에 기준이 있나요?
특별히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있진 않아요. 다만 제가 좋아해야 잘 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가능한 저의 취향과 맞는 책을 들여놓고 있고요, 운영하는 연차가 쌓일수록 손님들의 취향도 반영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이곳은 제가 꾸려가는 공간이긴 하지만 저만의 공간은 아니니까요.
Q 그림책이 많은 이유는요?
그림책을 주로 다루는 이유는 장르가 가진 매력 덕분인 거 같아요. 나이, 성별, 인종 상관없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책이잖아요. 그림이 중심이 되다 보니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방의 고객층도 정말 다양해졌어요. 어린이 책 판다고 하면 어린이랑 양육자분들이 주로 많이 오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책방 사춘기를 찾아주는 고객층의 폭은 훨씬 넓답니다.
Q 책방 지기로서 독립 책방의 매력이라면요?
모두 다 다르다는 점이요. 책방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각각의 공간마다 가진 분위기나 개성이 정말 다 달라요. 똑같은 책을 두더라도, 책방마다 어떻게 배치하고, 소개하는지에 따라 그 책의 매력이 다르게 다가와요. 또 독립 책방은 대부분 자기 분야가 확실한 편이거든요. 그림책, 번역서, 인문학, 원서, 소설, 에세이, 독립출판물 등 공간마다 특성화된 장르들이 있어요. 디저트지만 각자 다른 디저트를 파는 거랑 비슷해요. 책방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방 갔다가 또 다른 책방에 가는 걸 즐길 수밖에 없죠.
▲ 책 속의 주요 공간인 ‘사구아로 연구소’를 책방 안에 재현했다. 독자들에게 책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스킹의 발명 노트』(샤샤미우 그림책 / 킨더랜드)
▲ 양모 펠트로 작업한 원화다 보니, 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일하는 개들』(안승하 그림책 / 책읽는곰)
Q 전시가 인상적인데요. 전시 기획과 설치, 큐레이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매달 한 권(혹은 하나의 테마) 콘셉트로 책방이 꾸려지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옷을 갈아입듯이, 매달 책방이 새로워지지요. 전시라는 방식은 코로나 덕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손님들이 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거든요. 더불어 전시를 하는 또 하나의 분명한 이유는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요. 작가들의 원화는 물론 더미북이나 스케치, 작업 노트, 교정지 등을 통해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함께 협업하고 있고, 이들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반 책보다 페이지 수가 적은 그림책, 어린이 책은 '쉽다'라고 여겨질 때가 많아요. 들어와 보지 않고도 "아이들 책을 파는 곳"이라며 지나치는 책방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죠.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이 변화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저는 가장 직접 독자들의 그런 피드백을 듣고 있으니까요.
전시 진행은 작가, 출판사와의 협업이 중요해요. 저 혼자서 매달 전시를 꾸려가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주로 홍보를 위한 신간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의 이벤트처럼 계절감에 맞춰 전시를 꾸릴 때도 있어요. 눈사람이나 벚꽃, 수영장 등 시기를 맞춘 전시를 독자들은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Q <책방 사춘기> 인스타 라이브는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코로나로 대면 만남이나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인스타 라이브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책이 출간되면 작가와 출판사가 독자들을 만나는 매체로 활용하고 있고요, 결과적으로는 장소나 시간의 구애 없이 다양한 독자들까지 만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독자들의 피드백도 그렇거든요. 특히 지방에 계신 분들은 행사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인 부분을 아쉬워했는데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어 반응이 좋았어요. 주로 출간을 앞둔 책을 홍보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제가 진행하고 싶은 행사들은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요. 일반적인 강연 형식보다는 전시를 통해 보여주듯 책을 쓰거나 만드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콘셉트를 구성하는 편이에요. 출판사 편집자나 마케터가 함께 진행하며 책 밖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번역가나 평론가의 시선으로 책을 깊이 읽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라이브 방송'이지만 끝나면 인스타그램 피드에 게시해서 다시 보기도 가능하답니다. 더 많은 사람에 가 닿으면 좋은 이야기들이니까요, 알차고 재미있게 꾸려가는 프로그램이에요.
▲ 엄지짱공작소의『마음먹기』, 『마음요리』 두 권의 책을 가지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마음 식당’ 테마로 진행한 전시.
Q 책방을 하시며 어려웠던 부분은요?
수익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이죠. 물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하더라고요. 6년 동안 책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이 책방을 애정하는 분들과 단골손님들 덕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해야만 해요.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 아르바이트하기도 하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서평, 추천사, 방송 등)로 돈을 벌어옵니다. 여전히 이익보다 손해가 크니까 어떻게 하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 봐야죠.
Q 책방을 하면서 삶의 변화가 있을까요?
책을 다루지만 책보다 사람을 통해 얻는 것들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책방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얻었어요. 그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 감각을 많이 배우게 된 거 같아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이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 주는 것 같아요.
Q 책의 개인적 취향이 궁금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책의 공통점이 있나요?
취향은 계속해서 변하는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제가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다만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떠올려 봤더니,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림책, 동화에는 대부분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래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작가의 실제 작업 도구, 썸네일 등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전이다.
『일하는 개들』(안승하 그림책 / 책읽는곰)
Q 근처에 독립 서점이 많은데요. 좋은 점이 있나요?
그럼요.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일단은 비슷한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Q 협업하기도 하나요?
마포구에 함께 있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다양한 협업을 많이 진행했어요. 마포 북클럽 '북킹어바웃'이라는 독서모임을 운영했고, 책방의 현실 이야기를 담은 동네 책방 매거진 『30%』를 4호까지 만들기도 했어요. 블라인드 북 구독 서비스도 했었고, 지난해에는 책방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콘셉트를 다르게 해서 일력 전시도 했어요. '나만 잘 돼야지'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걸 장점으로 삼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왕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거죠. '산책하는 기분으로 동네의 다양한 책방을 만나보세요.'처럼요. 자기 공간을 한다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혼자이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거든요. 그런 외로움과 고충을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각해보고, 같이 하니까 용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앞으로 <책방 사춘기>에서 하고픈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음, 일단은 "살아남자!"인 것 같아요. 사실 여러 걱정이 많거든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이 공간을 잘 꾸려서 살아남는 게 목표이고요. 5년 넘게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규모나 역할 면에서 느껴지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곳과 멀지 않은 위치에 숍인숍 형태로 곧 새로운 책방 사춘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협업하는 공간이에요. 만들어가는 중이니, 곧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봄 시즌에 맞춰 책방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내가 예쁘다고?』(황인찬 글 / 이명애 그림 / 봄볕)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책방 사춘기’ 유지현 님께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어 : 소연정, 박주연, 시로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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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예술인 팀 ‘6상선수들’
상상마당과 함께 달리는 6명의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은 힙합프로듀서 시로스카이, 뮤지션 롱디, 시각예술가 이해련, 시각예술가 박주연, 그림책 작가 소연정, 극작가 임진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상선수들’은 격주 화요일마다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홍대의 예술인, 문화 예술 관계자들을 모시고 ‘홍대의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주제를 탐구합니다.
▲ 그림 : 소연정
* 해당 글은 KT&G 상상마당의 콘텐츠로 모든 글의 내용 및 저작권은 파견예술인팀 ‘6상선수들’과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위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23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협업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책방 사춘기] 유지현 대표 인터뷰
우리의 취향이 만나는 곳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이 만나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4
※ KT&G 상상마당은 파견 예술인들과 함께 격주 화요일,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홍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모든 글의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 그림 : 소연정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책방 사춘기'를 운영하는 유지현입니다.
책방 사춘기는 어린이 청소년 문학 서점으로 그림책, 동화, 청소년 소설 그리고 여전히 사춘기인 어른들을 위한 문학과 에세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Q <책방 사춘기>는 어떤 뜻인가요?
사춘기 시절을 생각하면 누구나 재미있는 추억을 떠올리잖아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아직도 사춘기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사춘기를 긍정적인 추억으로 생각하는데, 다들 그런 건 아닌가 봐요. 아이들이 와서 “사춘기는 나쁜 뜻 아니에요? 책방 이름 바꿔주세요.”라고 한 적도 있어요.
Q 독립 책방을 어떻게 열게 되었나요?
책방을 열기 전에 했던 일이 책을 소개하는 일이기도 했고, 평소 특색이 있는 작은 책방, 카페, 소품 가게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취향에 맞고 할 수 있는 일이 합쳐진 게 '책방'이었던 거 같아요. 제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장르에 무척 매력을 느꼈는데, 이걸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 사춘기를 열게 되었습니다.
▲ 책방 전시의 가장 큰 포인트인 전면 창. 옷을 갈아입듯 매달 이미지가 바뀐다.
『허락 없는 외출』(휘리 그림책 / 오후의소묘)
Q 위치가 마포(홍대)인 이유는요?
마포에 자리를 잡은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처음 광진구 군자동에서 1년 동안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접근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위치에 관한 고민도 하게 되었고, 또 당시 그 주변에 책방이 저밖에 없어서 외롭기도 했거든요. 마포구에는 제가 좋아하는 책방도, 친구들도 많아서 든든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오고 싶었어요.
Q 요즘 홍대가 변했다고 느끼시나요?
홍대는 재미있는 곳이에요. 화려하고 힙한 번화가 같으면서도 토박이처럼 오래 사는 사람들도 있어서 정감 있는 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골목 하나 차이로 다른 느낌이 공존하는 게 재밌어요. 변화는 확실히 크게 느껴져요. 책방이 자리한 이 골목만 해도 5년 동안 많이 변했어요. 처음 이사 왔을 땐 주거 지역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제법 상권이 들어섰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좋아요. 저에겐 다양한 이웃들이 생기는 거니까요. 다만 잘되지 않으면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공간도 많아서 그 점은 아쉬워요.
▲ 책에는 수록되지 않은 그림만 모아 전시. 달에 닿기를 꿈꾸는 나팔꽃처럼 작가가 최선을 다해 그림책을 만든 시간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달에 간 나팔꽃』(이장미 그림책 / 글로연)
Q 책방에 입고하고 있는 책에 기준이 있나요?
특별히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있진 않아요. 다만 제가 좋아해야 잘 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가능한 저의 취향과 맞는 책을 들여놓고 있고요, 운영하는 연차가 쌓일수록 손님들의 취향도 반영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이곳은 제가 꾸려가는 공간이긴 하지만 저만의 공간은 아니니까요.
Q 그림책이 많은 이유는요?
그림책을 주로 다루는 이유는 장르가 가진 매력 덕분인 거 같아요. 나이, 성별, 인종 상관없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책이잖아요. 그림이 중심이 되다 보니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방의 고객층도 정말 다양해졌어요. 어린이 책 판다고 하면 어린이랑 양육자분들이 주로 많이 오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책방 사춘기를 찾아주는 고객층의 폭은 훨씬 넓답니다.
Q 책방 지기로서 독립 책방의 매력이라면요?
모두 다 다르다는 점이요. 책방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각각의 공간마다 가진 분위기나 개성이 정말 다 달라요. 똑같은 책을 두더라도, 책방마다 어떻게 배치하고, 소개하는지에 따라 그 책의 매력이 다르게 다가와요. 또 독립 책방은 대부분 자기 분야가 확실한 편이거든요. 그림책, 번역서, 인문학, 원서, 소설, 에세이, 독립출판물 등 공간마다 특성화된 장르들이 있어요. 디저트지만 각자 다른 디저트를 파는 거랑 비슷해요. 책방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방 갔다가 또 다른 책방에 가는 걸 즐길 수밖에 없죠.
▲ 책 속의 주요 공간인 ‘사구아로 연구소’를 책방 안에 재현했다. 독자들에게 책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스킹의 발명 노트』(샤샤미우 그림책 / 킨더랜드)
▲ 양모 펠트로 작업한 원화다 보니, 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일하는 개들』(안승하 그림책 / 책읽는곰)
Q 전시가 인상적인데요. 전시 기획과 설치, 큐레이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매달 한 권(혹은 하나의 테마) 콘셉트로 책방이 꾸려지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옷을 갈아입듯이, 매달 책방이 새로워지지요. 전시라는 방식은 코로나 덕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손님들이 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거든요. 더불어 전시를 하는 또 하나의 분명한 이유는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요. 작가들의 원화는 물론 더미북이나 스케치, 작업 노트, 교정지 등을 통해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함께 협업하고 있고, 이들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반 책보다 페이지 수가 적은 그림책, 어린이 책은 '쉽다'라고 여겨질 때가 많아요. 들어와 보지 않고도 "아이들 책을 파는 곳"이라며 지나치는 책방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죠.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이 변화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저는 가장 직접 독자들의 그런 피드백을 듣고 있으니까요.
전시 진행은 작가, 출판사와의 협업이 중요해요. 저 혼자서 매달 전시를 꾸려가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주로 홍보를 위한 신간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의 이벤트처럼 계절감에 맞춰 전시를 꾸릴 때도 있어요. 눈사람이나 벚꽃, 수영장 등 시기를 맞춘 전시를 독자들은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Q <책방 사춘기> 인스타 라이브는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코로나로 대면 만남이나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인스타 라이브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책이 출간되면 작가와 출판사가 독자들을 만나는 매체로 활용하고 있고요, 결과적으로는 장소나 시간의 구애 없이 다양한 독자들까지 만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독자들의 피드백도 그렇거든요. 특히 지방에 계신 분들은 행사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인 부분을 아쉬워했는데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어 반응이 좋았어요. 주로 출간을 앞둔 책을 홍보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제가 진행하고 싶은 행사들은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요. 일반적인 강연 형식보다는 전시를 통해 보여주듯 책을 쓰거나 만드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콘셉트를 구성하는 편이에요. 출판사 편집자나 마케터가 함께 진행하며 책 밖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번역가나 평론가의 시선으로 책을 깊이 읽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라이브 방송'이지만 끝나면 인스타그램 피드에 게시해서 다시 보기도 가능하답니다. 더 많은 사람에 가 닿으면 좋은 이야기들이니까요, 알차고 재미있게 꾸려가는 프로그램이에요.
▲ 엄지짱공작소의『마음먹기』, 『마음요리』 두 권의 책을 가지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마음 식당’ 테마로 진행한 전시.
Q 책방을 하시며 어려웠던 부분은요?
수익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이죠. 물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하더라고요. 6년 동안 책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이 책방을 애정하는 분들과 단골손님들 덕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해야만 해요.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 아르바이트하기도 하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서평, 추천사, 방송 등)로 돈을 벌어옵니다. 여전히 이익보다 손해가 크니까 어떻게 하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 봐야죠.
Q 책방을 하면서 삶의 변화가 있을까요?
책을 다루지만 책보다 사람을 통해 얻는 것들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책방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얻었어요. 그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 감각을 많이 배우게 된 거 같아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이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 주는 것 같아요.
Q 책의 개인적 취향이 궁금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책의 공통점이 있나요?
취향은 계속해서 변하는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제가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다만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떠올려 봤더니,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림책, 동화에는 대부분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래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작가의 실제 작업 도구, 썸네일 등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전이다.
『일하는 개들』(안승하 그림책 / 책읽는곰)
Q 근처에 독립 서점이 많은데요. 좋은 점이 있나요?
그럼요.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일단은 비슷한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Q 협업하기도 하나요?
마포구에 함께 있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다양한 협업을 많이 진행했어요. 마포 북클럽 '북킹어바웃'이라는 독서모임을 운영했고, 책방의 현실 이야기를 담은 동네 책방 매거진 『30%』를 4호까지 만들기도 했어요. 블라인드 북 구독 서비스도 했었고, 지난해에는 책방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콘셉트를 다르게 해서 일력 전시도 했어요. '나만 잘 돼야지'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걸 장점으로 삼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왕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거죠. '산책하는 기분으로 동네의 다양한 책방을 만나보세요.'처럼요. 자기 공간을 한다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혼자이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거든요. 그런 외로움과 고충을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각해보고, 같이 하니까 용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앞으로 <책방 사춘기>에서 하고픈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음, 일단은 "살아남자!"인 것 같아요. 사실 여러 걱정이 많거든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이 공간을 잘 꾸려서 살아남는 게 목표이고요. 5년 넘게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규모나 역할 면에서 느껴지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곳과 멀지 않은 위치에 숍인숍 형태로 곧 새로운 책방 사춘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협업하는 공간이에요. 만들어가는 중이니, 곧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봄 시즌에 맞춰 책방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내가 예쁘다고?』(황인찬 글 / 이명애 그림 / 봄볕)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책방 사춘기’ 유지현 님께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어 : 소연정, 박주연, 시로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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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예술인 팀 ‘6상선수들’
상상마당과 함께 달리는 6명의 예술인 팀 ‘6상선수들’은 힙합프로듀서 시로스카이, 뮤지션 롱디, 시각예술가 이해련, 시각예술가 박주연, 그림책 작가 소연정, 극작가 임진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상선수들’은 격주 화요일마다 ‘화요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홍대의 예술인, 문화 예술 관계자들을 모시고 ‘홍대의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주제를 탐구합니다.
▲ 그림 : 소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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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2023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路) 협업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