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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인터뷰 [2024 지-음] 하다원 작가 <맞닿은 시간> 출간 기념 인터뷰



 혹시 제 책을 보시게 된다면, 

사진들이 저마다 가진 이야기를 궁금해 하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각자 갖고 계신 추억들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면 좋겠어요.




Q1. 안녕하세요, 하다원 작가님.

A. 안녕하세요. 사진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하다원입니다.

 

▲ 『맞닿은 시간 (하다원, 독립출판, 2025. 03)』

Q2. 첫 사진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맞닿은 시간> 소개 좀 해주세요.

A. 2017년도부터 꾸준히 진주에 계신 할머니 댁에서 시간을 보내며, 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집과 주변의 풍경, 할머니의 일상 그리고 할머니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왔어요. 그렇게 차곡차곡 모아온 순간들을 이번에 사진집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책으로 만들고나니, 이 사진집은 저와 할머니가 주고받은 지난 마음들을 이해해 보려는 모종의 노력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의 손길과 저의 시선이 만나고, 서로의 감정이 마주 보며, 과거와 현재가 맞닿았던 순간들이 사진으로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Q3.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 할머니의 일상을 찍게 되신 이유가 궁금해요.

A. <맞닿은 시간>의 시작은 학부 졸업작품부터예요. 졸업작품은 내가 진짜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가장 찍고 싶은 것,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왜 할머니였을까? 왜 그게 중요했을까? 그런 질문은 아직도 갖고 있어요. 아마 그때 할머니께서 구순을 넘기시면서 많이 편찮으셨는데, 앞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유한하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후회로 남을 것 같았고, 할머니의 모습을 담아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어요. 이 감정들이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Q4. 원래 할머님과 애틋하고 특별한 관계이셨던 건가요?

A. 네, 제게는 애틋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도 마음을 많이 주셨던 것 같아요.

혹시 진주 유등 축제 아세요? 그 축제에서 불꽃놀이를 크게 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 그 축제에 가서 불꽃놀이를 찍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녁을 먹고 할머니, 삼촌과 함께 그 축제에 갔죠. 할머니는 앉아 기다리시고, 저는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후 9시쯤 되어서 집에 돌아갔어요. 집에 돌아가는 차에서 할머니가 잠에 드시더라고요. 그때 삼촌이 저에게 ‘할머니 벌써 주무실 시간이 한참 지났다’고 하시는데,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게 기억나요. 할머니보다 사진 찍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학창 시절의 기억이 제게는 가장 큰 후회이자 죄책감처럼 남았고, 앞서 말한 작업의 동기의 출발점에 있었던 감정이기도 해요.

 

ⓒ 2025. 하다원 All Rights Reserved.

▲ 『맞닿은 시간』 (사진 1) 동백나무, (사진 2) 맞닿은 시간


Q5. 사진집의 페이지를 넘겨보니, 뭔가 뭉클하고 애틋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어떤 장면들을 담고자 하신 건가요?

A. 처음엔 강박적으로 찍었던 것 같아요. 할머니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담았죠. 사진으로 모두 남겨둬야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다 그건 제 감정을 해소하려는 방편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여전히 고등학생 때처럼, 할머니보다 사진을 우선시했던 거죠. 깨닫고 나니, 카메라를 내려두고 할머니 손을 잡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함께 있다는 게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 중요해졌어요. 그 뒤로는 서로 대화를 나누었거나, 촬영 대상 사이에서 일종의 관계가 형성될 때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Q6. 할머니께서는 작가님의 작업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네. 돌아가시기 전에 찍었던 사진들은 인화해서 함께 보곤 했어요. 할 수 있다면 <맞닿은 시간>을 할머니에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돌아가신 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할머니의 이야기와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Q7. 책이 나오고 누구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셨나요?

A. 아버지예요. 지-음 선정 소식도 가장 먼저 알려드렸는데, 어머니를 담아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무뚝뚝한 분이시라 말씀은 많이 없으셔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별책에 아버지 사진(사진3)을 한 장 넣고 싶어서 여쭤봤더니, 배경이 지저분하다고 투덜대시면서도 넣으라고 하셨어요(웃음).

사실 처음 카메라를 가르쳐주신 분도 아버지예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진을 취미로 하고 계셨어요. 가족도 많이 찍어주시고요. 제가 중학생일 때, 아버지께서 캐논 350D DSLR 카메라를 갖고 계셨어요. 그게 제 첫 카메라예요. 저도 아버지 따라 가족들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아마 그때부터 사진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 2025. 하다원 All Rights Reserved.

▲ 『맞닿은 시간』 (사진 3) 아빠


Q8. 아버님께서 기대하고 계신지도 모르겠어요. 다음 책은 아버님에 대한 사진집이 되지 않을까하고요.

A. 하하. 그러실수도요. 언젠가는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도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사실 요즘은 외할머니 사진을 찍고 있어요. 이 작업으로 6월에 작게 전시도 해요. 그 다음엔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나중이 되겠지만 엄마에 대해서도요. 가족 안에서도 여성서사에 관심이 많아요. 모든 작업을 사진집으로 만들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로 작업을 계속해나갈테니까, 그 작업이 완성되면 결과물로서 또 책을 만들 수 있길 바라요. 

 

Q9. 책에 대해, 조금 더 여쭤볼게요. 사진의 배치는 어떤 순서인가요? 시간의 흐름인가요?

A. 그렇지는 않아요. 처음 페이지는 할머니 댁의 어떤 풍경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나중에 사진들을 모두 인화해보니, 나무 사진들이 많더라고요. 감나무, 동백나무, 석류나무... 그런 풍경들로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했어요. 그리고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다음에 어떤 사진을 배치하면 또 다른 이야기들이 생겨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제 책을 보시게 된다면, 사진들이 저마다 가진 이야기를 궁금해 하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각자 갖고 계신 추억들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면 좋겠어요.

 

ⓒ 2025. 하다원 All Rights Reserved.

▲ 『맞닿은 시간』 상단 좌측부터 : (사진 4) 물베개, (사진 5) 방아꽃, (사진 6) 석류


Q10. 저도 그랬어요. 사진 속의 할머님댁이 저희 외갓집 풍경과 정말 비슷해요. 특히 할머님 뒷모습이 저희 외할머니와 너무나 닮으셨어요.

A. 그런가요? 이 사진(사진4)은 여름에 할머니가 차가운 물이 든 병을 수건에 말아 베고 계신 사진이에요. 이건 (사진5)은 방아 꽃을 찍은 거예요. 혹시 방아 아세요? 경상도에서는 많이 먹어요. 깻잎과 모양이 비슷한데, 서울에서는 잘 안 먹는 것 같더라고요. 이건 석류예요(사진6). 할머니가 집에 가지고 올라가라고 가지 채로 챙겨주셨었어요.

 

Q11. 저는 이 사진(사진 8)이 정말 좋아요. 수레 손잡이에 잎사귀 꽂아두신 사진이요. 할머님의 소녀감성이 느껴져요.

A. 이 사진은 장례를 치르고 할머니 댁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돌아가신 뒤 찍은 사진들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작은 크기로 넣었어요.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할머니 댁에 다녀왔었는데 그 후 집에 갔더니, 함께 산책했을 때 보행 보조기에 꽂아두었던 식물이나 제가 사갔던 사탕들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마지막에 뵈었을 때 얘기하셨던 것, 저한테 가져가라고 하셨던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 2025. 하다원 All Rights Reserved.

▲ 『맞닿은 시간』 상단 좌측부터 : (사진 7) 모이,  (사진 8) 보조기와 식물


Q12. 작가님이 절 울리려고 작정을 하셨나봐, 정말. 다음 질문 드릴게요. 만약에 <맞닿은 시간>이 100년후에 발견된다면, 100년뒤의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A. 1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어쩌면 책의 디자인이나 형태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향한 감정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시대에는 가족의 의미가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시대에 따라, 그리고 독자마다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봐요. 그래서 그에 대한 열린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Q13. 첫 사진집이자, 첫 독립출판이셔서 어려운 점이 좀 있으셨을 것 같아요.

A. 독립출판은 단어 뜻 그대로 한 개인이 독립적으로 이루어내는 출판이니까요. 책의 판형, 수량, 디자인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면서도 어려웠어요. 그래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키워본다는 생각으로 도전해봤습니다. 그 동안 <맞닿은 시간>은 작업을 마무리한 후에도 전체 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없었어서 저에게는 미완의 상태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번에 사진을 정리하고 물성을 가진 책으로 엮으면서 비로소 작업이 완성된 느낌이 들어요. 그 과정 자체가 작업의 원동력이자 힘이 되었어요.

 

Q14.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요?

A. 판형을 결정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사진집을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막상 직접 만들려니 판형부터 책 안에서 사진이 배치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고민스러웠어요. 적절한 책의 형태를 찾기 위해 수차례 디자인을 수정하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찾았습니다. 여러 예술 서적을 살펴보면서 책에 적합한 형태를 정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줄자를 지니고 다니며 다양한 책의 크기를 기록해두기도 했고요. 돌이켜보니 스스로 배운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Q15. 책 맨 뒷페이지에 에디션 표기하신 것도 사진작가님스러운 부분이랄까요? 독특해요.

A. 네. 이번에 서른 권만 만들어서, 판권지에 에디션 넘버링을 함께 했어요. 저는 사실 [지-음] 선정되고나서, 한 300부, 양장으로 300부 만들고 싶었어요(웃음). 그런데 이로 선생님께서 멘토링 시간에 해주셨던 말씀을 듣고 마음을 바꿨어요. 처음에 300부를 찍어서 팔고남은 재고를 쌓아두는 것보다, 소량을 찍어서 전부 팔아보는 경험을 해보라는 말씀이었어요.



ⓒ 2025. 하다원 All Rights Reserved.

▲ 『맞닿은 시간』 커버


Q16. 커버도 직접 만드셨지요? 꺼끌한 종이 감촉이 할머니 손 잡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A. 오, 그런가요? 커버로 쓴 용지는 동양화 작업을 하시는 작가님이 진행했던 한지에 관한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 알게 된 종이에요. 이번에 만든 사진집과 결이 맞는 것 같아서 커버로 사용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이 종이가 염습지였더라고요. 임관할 때 사용하는 종이였어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Q17. 정말 그렇네요. 작업은 작가님께서 하신거지만, 왠지 할머니께서 주신 마지막 선물 같은 느낌도 들어요. 작업노트는 왜 별책으로 만드셨어요?

A. 아까 드렸던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데요, 다른 예술작품도 그렇지만 사진도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작업노트가 정답인 것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어요. 이야기를 먼저 사진으로만, 사진에 대한 감상으로만 느껴주시길 바랐어요. 그리고 별책은 본책의 뒷면에 꽂아 두었는데, 여러 감정이 들어있는 작업노트를 먼저 읽는다면 사진에 대한 해석을 좁히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 2025. 하다원 All Rights Reserved.

▲ 『맞닿은 시간』 별책 - 작가노트


Q18. 정말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아요. 고민하신 만큼 좋은 책이 나온 것 같고요. 앞으로 작가님께서 또 어떤 작업들을 보여주실까 너무나 기대돼요.

A. 감사해요. 주변 사람들과 가족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에 계속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사진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 『맞닿은 시간』 작가노트 中

'잘라가져가 반통 니 무라 

안 가져가도 돼

쓸데없는 소리 해 샀는다'




[맞닿은 시간] 은 하다원 작가님 메일 및 입고된 서점에서 구매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하다원 사진작가

삶에서 다가오는 문학적 순간을 이미지로 포착하고 표현하는데 관심이 있다. 사진 매체 기반의 작업을 통해 사소하고도 중요한 관계와 감정,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마주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질문을 던지거나 믿음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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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ㅣ 기획자 박진아 jina@ssm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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