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조각 좋아하는 걸 그냥 주웠습니다.
어디선가 사는 동안 좋아하는 걸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유도 잘 모르나 그런 소명으로 그리고 쓴 책입니다.
Q1. 먼저,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창작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고 계신가요?
A.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윤수빈입니다. KT&G 상상마당 독립출판지원사업 [지-음]에 당선되어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시화집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유별히 가려운 손으로 쓴다’는 표현을 쓰곤 해요. 낮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밤엔 아이 같은 감성으로 돌아가 뭔가를 끄적입니다. 그렇게 낱말과 선들이 쌓여 작품이 되더라고요.
Q2. 그렇게 쌓인 결과물이 이번 출간작, <초의 얼굴>이 되었겠네요. 이 책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네, <초의 얼굴>은 ‘조각 시화집’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어요. 낱알로 떨어진 여러 마음을 모아서 시와 그림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작은 잎을 모아 만든 관목처럼요. 주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연적인 존재함과 인위적인 나란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선도 악도 아닌 중립적인 자연적 존재, 껍질과 알맹이가 있는 존재인 나에 관하여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조각조각 좋아하는 걸 그냥 주웠어요. 어디선가 사는 동안 좋아하는 걸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직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소명으로 그리고 쓴 책입니다.
Q3. 책을 읽다 보면 도시, 로봇, 지하철 같은 인위적인 요소도 많이 등장하던데요. 자연과 인공적인 요소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을 대비하는 일에 특별한 애정이 있어 보였어요.
A.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사상에서 ‘자연은 선하고 사회는 악’이라는 명제를 제시합니다. 자연성을 되찾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저는 자연에 관한 동질감과 동경을 선명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모든 걸 삶의 자연과 결부하여 생각하기를 좋아해요. 뿐만 아니라, 모순적이어도 사회적인 것들에 이질적 호기심을 못 참아 수시로 기웃거립니다. ‘초의 얼굴’에서 깡통로봇, 도시, 지하철, 노새와 같은 인위적인 것들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Q4. 그렇게 다층적인 감정들을 책으로 묶기까지, 어떤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집필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A. 본격적으로 글과 그림을 다시 제대로 다듬은 건 2월 초부터였어요. 초고는 [지-음] 지원사업에 지원했을 작년 가을 무렵에 얼추 뼈대가 나온 상태였구요. 2월부터 매일같이 시를 다듬고 그림을 그렸어요. 매일 퇴근 후 3시간 넘게 몰입하며 완성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Q5. 몰입하게 된 계기는 있었을까요? 집필하신 때가 수빈님의 삶에서 어떤 시점이었는지도 궁금해요.
A. ‘때가 왔다’는 느낌이었어요. 지난해 개인적으로 위기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 시기에 무의식적으로 적어둔 메모들이 많더라고요. 건강 문제로 퇴사도 하고,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있던 시기였죠. 그런 시간 속에서 문득,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남은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고, 이 책은 그런 회복의 흐름 위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시화집 역시 끝에 도달할수록 자연스레 회복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해요.
Q6. 생애의 한 장면들을 담아내는 작업이 정말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아무래도 ‘시간’이 제일 힘들었어요. 작업 중간에 재취업을 하게 되면서 시간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졌거든요. 결국 길을 걸을 때나 쉴 때도 머릿속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그 갈망이 작업에 집중하는 힘이 되어줬어요.
Q7. 그럼에도 끝까지 완주하신 동력이 궁금해요. 무엇이 작가님을 밀어줬을까요?
A. 주변의 따뜻한 응원과, 제 자신에 대한 차가운 비판이요. 익숙한 칭찬을 경계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이것도 못하면 다음은 없다’고 다그쳤어요. 결국은 내가 좋아서 쓰고 그린 책이에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림,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담은 책. 그래서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8. 이렇게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 혹시 100년 후에 누군가가 이 책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길 바라세요?
A. 100년 후에는 제가 꽤 이질적인 존재로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낯섦 속에서 자신과의 다름을 살피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해요. 또, 제가 한 인간으로서 이 책을 통해 치열하게 살아낸 흔적을 보며 다정한 눈빛을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구는... 그땐 좀 더 다정하게 다뤄지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Q9. <초의 얼굴>에서 작가님이 특별히 애정하는 챕터나 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세 시간의 세신사’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그 시절의 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그리고 ‘제 속성’이라는 시도 애정이 커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시간들이었죠. 그 시 옆에 삽입된 삽화를 보면, 그 속의 모든 그림이 다 저 같이 느껴져요.

Q10. 책이 완성된 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누구였나요?
A. 애인이요. 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혹여 놀라지 않을까 걱정도 되기는 하지만, 마냥 어두운 면들 속에도 예쁜 별들을 그려 넣었어요. 그에게 이 시가 진심 어린 사랑 고백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Q11.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다음 책도 준비하고 계신가요?
A. 네, 이번 시집에 등장했던 ‘노새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래픽 노블을 작업 중이에요. 100페이지 넘게 써두었고, 지금은 마지막 장면을 구상 중이에요. 노새가 음악과 철학을 따라 떠나는 아포칼립스 여행을 담은 이야기예요. 제 방식대로 또 다른 세계를 펼쳐보고 싶어요.
Q12. 마지막으로, 독립출판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독립출판은 분명 쉽지 않지만, 스스로 모든 걸 다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이에요. 특히 저는 세상에 참 예쁘고 다양한 종이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참 좋아요. 그 종이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는 과정, 정말 소중한 경험이니까 꼭 용기를 내보셨으면 해요.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써지지 않았으니까요.

[초의 얼굴] 은 윤수빈 작가님 인스타그램 및 입고된 서점에서 구매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윤수빈 작가
유별히 가려운 손으로 씁니다. 낮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밤엔 아이 같은 감성으로 돌아가 뭔가를 끄적입니다.
📌구매 신청 : 인스타그램 DM 문의
📌입고 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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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ㅣ 기획자 조원현 1hyun@ssm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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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좋아하는 걸 그냥 주웠습니다.
어디선가 사는 동안 좋아하는 걸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유도 잘 모르나 그런 소명으로 그리고 쓴 책입니다.
Q1. 먼저,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창작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고 계신가요?
A.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윤수빈입니다. KT&G 상상마당 독립출판지원사업 [지-음]에 당선되어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시화집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유별히 가려운 손으로 쓴다’는 표현을 쓰곤 해요. 낮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밤엔 아이 같은 감성으로 돌아가 뭔가를 끄적입니다. 그렇게 낱말과 선들이 쌓여 작품이 되더라고요.
Q2. 그렇게 쌓인 결과물이 이번 출간작, <초의 얼굴>이 되었겠네요. 이 책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네, <초의 얼굴>은 ‘조각 시화집’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어요. 낱알로 떨어진 여러 마음을 모아서 시와 그림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작은 잎을 모아 만든 관목처럼요. 주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연적인 존재함과 인위적인 나란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선도 악도 아닌 중립적인 자연적 존재, 껍질과 알맹이가 있는 존재인 나에 관하여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조각조각 좋아하는 걸 그냥 주웠어요. 어디선가 사는 동안 좋아하는 걸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직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소명으로 그리고 쓴 책입니다.
Q3. 책을 읽다 보면 도시, 로봇, 지하철 같은 인위적인 요소도 많이 등장하던데요. 자연과 인공적인 요소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을 대비하는 일에 특별한 애정이 있어 보였어요.
A.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사상에서 ‘자연은 선하고 사회는 악’이라는 명제를 제시합니다. 자연성을 되찾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저는 자연에 관한 동질감과 동경을 선명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모든 걸 삶의 자연과 결부하여 생각하기를 좋아해요. 뿐만 아니라, 모순적이어도 사회적인 것들에 이질적 호기심을 못 참아 수시로 기웃거립니다. ‘초의 얼굴’에서 깡통로봇, 도시, 지하철, 노새와 같은 인위적인 것들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Q4. 그렇게 다층적인 감정들을 책으로 묶기까지, 어떤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집필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A. 본격적으로 글과 그림을 다시 제대로 다듬은 건 2월 초부터였어요. 초고는 [지-음] 지원사업에 지원했을 작년 가을 무렵에 얼추 뼈대가 나온 상태였구요. 2월부터 매일같이 시를 다듬고 그림을 그렸어요. 매일 퇴근 후 3시간 넘게 몰입하며 완성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Q5. 몰입하게 된 계기는 있었을까요? 집필하신 때가 수빈님의 삶에서 어떤 시점이었는지도 궁금해요.
A. ‘때가 왔다’는 느낌이었어요. 지난해 개인적으로 위기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 시기에 무의식적으로 적어둔 메모들이 많더라고요. 건강 문제로 퇴사도 하고,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있던 시기였죠. 그런 시간 속에서 문득,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남은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고, 이 책은 그런 회복의 흐름 위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시화집 역시 끝에 도달할수록 자연스레 회복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해요.
Q6. 생애의 한 장면들을 담아내는 작업이 정말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아무래도 ‘시간’이 제일 힘들었어요. 작업 중간에 재취업을 하게 되면서 시간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졌거든요. 결국 길을 걸을 때나 쉴 때도 머릿속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그 갈망이 작업에 집중하는 힘이 되어줬어요.
Q7. 그럼에도 끝까지 완주하신 동력이 궁금해요. 무엇이 작가님을 밀어줬을까요?
A. 주변의 따뜻한 응원과, 제 자신에 대한 차가운 비판이요. 익숙한 칭찬을 경계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이것도 못하면 다음은 없다’고 다그쳤어요. 결국은 내가 좋아서 쓰고 그린 책이에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림,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담은 책. 그래서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8. 이렇게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 혹시 100년 후에 누군가가 이 책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길 바라세요?
A. 100년 후에는 제가 꽤 이질적인 존재로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낯섦 속에서 자신과의 다름을 살피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해요. 또, 제가 한 인간으로서 이 책을 통해 치열하게 살아낸 흔적을 보며 다정한 눈빛을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구는... 그땐 좀 더 다정하게 다뤄지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Q9. <초의 얼굴>에서 작가님이 특별히 애정하는 챕터나 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세 시간의 세신사’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그 시절의 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그리고 ‘제 속성’이라는 시도 애정이 커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시간들이었죠. 그 시 옆에 삽입된 삽화를 보면, 그 속의 모든 그림이 다 저 같이 느껴져요.
Q10. 책이 완성된 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누구였나요?
A. 애인이요. 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혹여 놀라지 않을까 걱정도 되기는 하지만, 마냥 어두운 면들 속에도 예쁜 별들을 그려 넣었어요. 그에게 이 시가 진심 어린 사랑 고백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Q11.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다음 책도 준비하고 계신가요?
A. 네, 이번 시집에 등장했던 ‘노새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래픽 노블을 작업 중이에요. 100페이지 넘게 써두었고, 지금은 마지막 장면을 구상 중이에요. 노새가 음악과 철학을 따라 떠나는 아포칼립스 여행을 담은 이야기예요. 제 방식대로 또 다른 세계를 펼쳐보고 싶어요.
Q12. 마지막으로, 독립출판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독립출판은 분명 쉽지 않지만, 스스로 모든 걸 다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이에요. 특히 저는 세상에 참 예쁘고 다양한 종이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참 좋아요. 그 종이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는 과정, 정말 소중한 경험이니까 꼭 용기를 내보셨으면 해요.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써지지 않았으니까요.
[초의 얼굴] 은 윤수빈 작가님 인스타그램 및 입고된 서점에서 구매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윤수빈 작가
유별히 가려운 손으로 씁니다. 낮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밤엔 아이 같은 감성으로 돌아가 뭔가를 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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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ㅣ 기획자 조원현 1hyun@ssm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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