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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인터뷰우연히 이력서를 넣은 회사가 왕복 6시간 거리에 있다면? <6시간>

<문장의 재구성> 1기 조근하 수강생 인터뷰 및 작품 소개

에피소드 구슬들을 글로 다 꿰어 이상한 소설집을 만들고 싶어요.


※ 작품 ⌜6시간⌟ 은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 <문장의 재구성> 1기 수강생 조근하님의 것으로, 수강생의 동의 하에 게시되었으며 저작권은 작품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글의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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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조근하라고 합니다.

 

 

Q. <문장의 재구성> 강의를 듣게 되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A.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쓴다는 것에 겁이 났어요. 심장이 콩닥거리고, 손에 땀나고 쑥스럽고 그런 것 있잖아요. 글은 글쓴이의 데깔코마니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쓰는 글은 저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이 그대로 묻어있고, 그 글을 저 혼자 읽으면서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는 듯 세상에 들통나는 것 같아서 자기 검열도 많이 했어요. 자기 검열이 심해지면 바보가 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자각이 되었고, 우물쭈물하다가 나중엔 더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뭔가 계기가 필요했고 이런 저런 수업들을 찾아보다 <문장의 재구성>을 클릭하게 되었죠.

 

 

Q. 수업을 듣고 난 후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A. 매주 숙제도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수업 들으면서 그런 걱정들이 많이 사라졌어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글을 예시로 매주 이어가는 수업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들 재미있는 시선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어요. 아! 이런 부분에서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구나, 나라면 어떻게 써보았을까? 생각도 해보게 되었고요. 숙제의 압박은 늘 있었지만, 숙제를 하는 시간만큼은 글에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가 대견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Q. 작품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최종 작품 <6시간>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수업 과제 중에서 시·공간에 대한 글쓰기가 있었는데, 그 과제를 하면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어요. 글 안에서 화자가 면접을 보러 회사로 가는 길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6시간은 짧은 취업준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들이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할 때 고민이 없이 지내던 화자가 역시 남의 이야기를 듣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데요. 우연히 이력서를 넣은 회사가 왕복 6시간 거리에 있어서 심난해 합니다. 글에서는 화자의 통근 시간이 6시간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 화자가 채용 사이트를 검색하고 적합한 회사를 찾고 이력서를 내는데도 6시간 정도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6시간이라고 제목을 붙였네요.  " 해당 작품은 포스트 하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Q. 평소에 글을 쓰거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나요? 이번 작품의 소재와 인물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으셨나요.

 

A. 평소에 글은 잘 못쓰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각색하는 편 인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유독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상한 상황에 몸을 던지기도 해요. 예를 들면 이건 제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갑자기 개그맨 시험이 궁금해서 지원해본적도 있어요. 결국 어이없게 떨어지긴 했지만 흥미로운 도전이었고 에피소드 주머니에 구슬이 하나 모이는 거죠.


Q. 앞으로 글을 계속 쓸 건지, 혹은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건지 궁금합니다.

A. 앞으로 계속 글을 쓰고 싶어서 이 수업을 들었으니까요. 글쓰기 연습으로 갈고 닦아야겠죠. 나중에 제가 가진 에피소드 구슬들을 글로 다 꿰어 이상한 소설집을 만들고 싶어요. 그땐 다시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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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조근하 作



졸업을 앞둔 겨울 채용 공고 사이트를 열심히 뒤졌다. 이제 와서 어색하게 이 사이트를 보고 있는 것은 지난 밤 친구와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그 애는 착실하게 공부해서 높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아왔다. 영어 시험 성적은 기본 탑재, 직무 관련 자격증을 세 개 정도 따놨다고 했다. 나는 예술을 전공한다는 핑계로 남들은 전쟁처럼 준비하는 취업을 등한시했다. 영어 시험 성적은 물론 자격증도 없어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는 장롱 속 2종 운전면허증밖에 없었다.

학교에 입학할 때는 취직이라는 것이 선택지에 있었던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술은 숭고한 존재라고 생각한 나머지 돈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집안이 부유하거나 여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알바로 용돈을 벌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살고 있었기에 내가 열심히 하면 돈은 알아서 벌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현실과 머릿속에 꿈꾸는 이상은 너무 달랐다.

뒤로 가기를 클릭하고 스크롤과 눈알을 굴리면서 채용공고 내용을 읽는다. 간단한 업무설명 뒤에 붙는 근무 조건은 모두 비슷하게 고만고만하다. 급여는 회사 내규에 따른다는 곳이 많다. 급여를 얼마나 주는지도 모르는데, 가족 같은 회사를 지향한다니. 가족 같이 적당히 챙겨준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썩 유쾌하지 않은 공고 몇 개를 지나치니 마음이 향하는 곳이 생겼다.

타탁타탁 방을 울리는 타자소리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채워 나갔다. 작성된 글에는 부족함이 묻어났지만,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마감을 앞두고 완성된 서류를 메일로 보냈다. 내 품에서 떠난 서류는 누군가의 눈에 맺혔고, 얼마 뒤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서류 합격하셨습니다. 면접은 0월00일 11시에 진행됩니다. 늦지 않게 와주시길 바랍니다.”

 

경상도 말씨를 쓰는 남자가 묵묵히 전달 사항을 전했다. 일단 서류를 통과했다는 안도감도 잠깐, 인터넷 지도에서 면접 장소를 찾는 순간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에 보이는 지도는 내 경로를 굵은 선으로 표시했고 그 경로는 서울을 가로질러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편도로 3시간??! 환승 3회?? 다시 한 번 찾아봐도 주소는 여기가 맞는데, 이 곳에 합격된다고 한들 어떻게 출퇴근을 할지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떨어지더라도 면접이라도 보고 떨어지면 또 새로운 경험을 쌓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바다도 보고 운전면허증 밖에 없는 나를 좋게 봐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얼굴도 볼 겸 면접을 향한 길을 나서기로 했다.

며칠 뒤 어슴푸레 해가 뜰 무렵 현관문을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지하철역이 나온다. 개찰구를 지날 때 시간은 15분이 지난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열차에 몸을 싣는다. 새벽녘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전날의 피로가 느껴진다. 유리창 넘어 보이는 반짝이는 한강 물빛에 넋을 놓고 있으면 곧 환승역에 도착한다. 계단을 타고 아래로 걸어가면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열차를 타고 암흑 같은 지하 터널로, 논과 숲을 지나 어느덧 다시 아파트가 듬성듬성 보이는 새로운 도시로 다다르면 출발한 지 2시간이 다 되어간다. 역에서 나와 길로 나서면 버스와 택시, 자가용이 뒤섞인 아주 큰 도로가 나오는데 건너편 환승센터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공장이 많은 이곳은 점점 외국에서 온 노동자 인구가 많아져서 환승센터 주변은 한눈에도 국적을 파악하기 어려운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간판이 걸려있었다. 내가 타야 하는 이 버스는 30분에 한 대가 배차되어 있는데 운이 좋으면 10분만 기다려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는 네모난 공업 단지 길을 가로지르며 사다리를 타듯 바다로 향한다. 주황색 라바콘이 어지럽게 차들의 진로를 가리키기 시작하면 이제 광란의 질주가 시작된다. 이 곳은 원래 섬이었는데, 방조제를 만들어 육지와 연결한 곳이었다. 안전벨트가 없는 시내버스는 덜컹거리며 끝이 보이지 않는 방조제를 전속력으로 달린다. 바다는 물이 빠져 회색빛으로 울렁울렁한 바닥을 보여준다. 마치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 심하게 흔들리는 분노한 버스는 섬 안에 있는 시내로 들어가면서 진정되기 시작한다. 아마도 밤에는 반짝일 네온사인이 섬 초입에서 반기는데, 대부분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를 파는 식당이었다. 마을로 더 깊이 들어가니 낮은 키 나무가 넓은 밭을 이루고 있다. 포도나무인데, 이곳의 특산품이다. 꼬불꼬불 시골길을 따라가면 곧 그곳이 나온다. 쉬지 않고 달렸는데 꼬박 3시간이 걸렸다.

면접관 네 명, 면접자 네 명 마주 본 상태에서 면접이 시작되었다. 길고 길었던 출근길은 인터넷지도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가 더 충격이었던 터라 약간 넋이 나가 있었다. 그 긴 방조제를 매드맥스처럼 달리는 버스 후유증인지 속이 메스꺼워졌다.

면접관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면접자들에게 자기소개를 요청했다. 네 명의 면접자들은 막 학교를 졸업한 나와 달리 각자 전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쌓아 온 듯 했다. 안경을 쓴 한 남자 면접관이 입을 뗐다. 아마도 그가 여기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가 질문을 시작하자 다른 면접관들은 이내 입을 다물고 펜으로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면접은 긴장되었지만 한편으로 즐거웠다. 각자가 살아 온 삶이 다르고, 경험해 온 것들이 달랐다. 주어진 문제를 경험을 토대로 해결하는 방법이 마치 누가 더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뽐낼 수 있는지 다투는 체조 선수와 같았다. 당연히 경험이 많을수록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은 화려했다. 화려한 무대의 마지막 질문은 예상 외로 신선한 질문이었다.

 

“집에서 이 곳 까지 통근 가능하신가요?”

새벽녘 집을 나서서 이곳까지 이르렀던 그 길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대답을 했고 무엇이라고 입 밖에 내 뱉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최종 합격 하셨습니다.”

경상도 말씨의 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두 가지 감정이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막막했던 취직을 한 번에 해냈다는 안심과 왕복 6시간 통근지옥이 열렸다는 답답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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