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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소식사과가 되고 싶었던 소년

<스토리텔링 워크숍, 시나리오 입문 과정> 24기 수강생 작품

그럼, 네가 좋아하는 그 애플이라는 회사도 사실 우리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건 알아?


 

※ 아래의 글은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 ‘스토리텔링워크숍_ 시나리오입문과정’ 24기 과정의 결과물로, 수강생의 동의하에 게시되었으며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모든 글의 내용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변경하거나 도용할 수 없습니다.
 


 

 
사과가 되고 싶었던 소년


신*진 作

 

 


소년의 집 -실내/밤

 

추석 전날 저녁 소년의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아 과일을 먹고 있는 풍경.
소년의 가족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소년
(사과를 포크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며)
이 과일은 뭐예요?

 

아버지
사과라고 해, 저기 있는 빨간색 과일이야.

 

소년
(갑자기 포크를 떨어뜨리며 온몸이 붉어지며 쓰러지며 거친 신음 소리를 낸다. )
하악~ 하악~
(여태 먹었던 과일까지 모두 게워낸다.)
우웩 우웩 ~~

 

어머니
(놀라서 말을 더듬으며)
어~ 어떻게, 우리 아들 사과 알레르기가 있나 봐요. 얼른 응급실로 가야 해요.

 

아버지
(쓰러진 소년을 등에 업으며)
여보, 얼른 차키 챙겨요. 어서~~

 

어머니
(계속 놀라서 허둥지둥하며)
네넹, 차키 어디 있지? 여기 뒀나? 어디 있지? 찾았다. 얼른 가요. 여보~

 

병원 응급실 -실내/밤

 

응급실 담당 의사가 소년의 팔에 알레르기 치료제를 주사하고 나오며 소년의 아버지 어머니께 소년의 증상에 대해 설명 중,

 

의사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사과 알레르기에요. 간혹 있는 증상인데 사과는 좀 드물긴 하네요. 아마 2-3 시간 후면 가라앉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지
아, 그렇군요. 너무 놀랐는데 휴~~ 천만다행이네요

 

어머니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
휴우, 휴우

 

의사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 그리고 저 친구는 평생 사과는 못 먹을 거예요. 사과 먹으면 아마 또 저렇게 될 테니까요.

 

 

소년의 방 - 실내/밤

소년은 선물 상자를 열며, 선물 상자 안에는 사랑하는 아들의 열세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아버지로부터 라고 적혀있다.
상자 안에는 신형 아이폰을 본 소년 뛸 듯이 기뻐하고 있는데

 

소년
(아이폰을 만지며 너무 기쁜 표정을 하며)
우와, ~~ 대박 ~ 대박 ~~
(너무 들뜬 나머지 사레가 걸린 듯)
으음, 으흐흠.

 

소년이 목젖을 만지고 있을 때,
따각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년은 고개를 꺄우뚱 하며, 소리가 어디엔가 들리는 방안을 둘러본다.
이때 갑자기 소년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과 (V.O)
(희미하게, 그리고 목소리들이 섞여서, 여러 언어가 동시에)
쏼라 쏼라, 웅성웅성 ~~~

 

소년
뭐지? 이게 무슨 소리지?

 

사과 (V.O)
(좀 더 선명하게 목소리들이 섞여서, 여러 언어가 동시에)
쏼라 쏼라, 웅성웅성 ~~~

 

소년
(많이 당황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어? 어어? 이거 무슨 소리지? 이상한데
(문을 열며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밖에서 무슨 소리 안 들려요?

 

 

소년의 집 거실 - 실내/ 밤

안방 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의 어머니
(다정하지만 무심한 목소리로)
아니,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늦었는데 얼른 자라

 

소년
(약간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네네, 엄마. 금방 잘게요. 근데 진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요?

 

소년의 어머니
(더 무심한 표정에 귀찮은 듯이)
아 글쎄, 이 한 밤에 무슨 소리. 얘가 내일 학교 갈 생각해야지, 얼른 자. 또 늦었다고 아침부터 난리 피우지 말고.

 

소년.
(수긍하면서 동시에 갸우뚱 머리를 저으며)
네, 엄마. 근데 이상하네. 분명히 2번이나 들었는데.
소년은 냉장고 문을 열면서 계속해서 그 소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으면 안 되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말았다. 그때, 아까 들렸던 소리가 들린다.

 

사과 (V.O)
소년이 우리를 입으로 먹었어. 소년은 우리를 먹으면 안 돼. 먹으면 응급실 가야 해.
소년 급하게 사과를 입에서 뱉어 내며 혼자 웅얼거린다.

 

소년
(사과를 들고 있던 손을 보고, 얼른 입에 물었던 사과를 뱉어 내며)
아 맞당, 큰일 날 뻔했네. 근데 누가 이야기한 거지?
(사과를 한 참 쳐다보며, 설마 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설마, 너, 너니, 이 목소리가? 너니? 내게 들리는 소리가

 

사과 (V.O)
맞아, 우리야, 우린 사과야. 그리고 우리는 너의 손안에 있는 사과만은 아니라고, 모든 사과라고

 

소년
모든 사과라니?
지금까지 들렸던 사과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사과 (V.O)
냉장고에 있는 다른 모든 사과이기도 하고, 네가 먹었던 모든 사과들이기도 하고, 앞으로 먹을 모든 사과들이기도 해. 그리고 여기 있는 사과들이기도 하고 먼 곳에 있는 사과들이기도 하지. 시골 고모 댁 과수원에 있는 사과들이기도 하지

 

소년
(고개를 마구 저으며)
말도 안 돼, 내가 미쳐가는 건가? 왜 이러지?
엄마, 엄마 이 소리 들려요.
방 안에서 엄마의 짜증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지치고 짜증 나는 목소리로)
아이고, 좀 자라 자, 왜 안자니? 응~~~ 얼른 자 아가야, 소리는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조용하구먼.

 

사과 (V.O)
의심하지 마. 지금 너의 고모는 과수원에서 사과를 막 따고서는 박스를 트럭에 싣고 고모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계셔, 우린 그 사과이기도 하지.

 

소년
소년 거실 한 쪽의 전화기를 들고, 고모에게 전화를 건다.
(떨리는 목소리로)
고모, 고모. 안녕하세요,

 

소년의 고모
어이쿠, 울 조카님이 이 늦은 한밤중에 웬일이야.

 

소년.
고모, 혹시 어디세요? 집이 아니세요?

 

소년의 고모
어떻게 알았어? 내일 배달 물량 맞추려고 오늘 사과 따는 게 많이 늦었네, 지금 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야. 울 조카가 무슨 일이기에 고모 안부를 다 묻나? 별일이네.

 

사과 (V.O)
고모부의 트럭이 가는 길에 물구덩이 있어 트럭이 멈춰 설 거 같아. 얼른 이야기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드려.

 

소년
(놀라며, 의심이 깔린 목소리로)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물구덩이가 있다고.

 

소년의 고모.
뭐라고? 갑자기 무슨 말이야.

 

소년
아~, 아니에요. 고모,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잣말한 거예요. 죄송해요 너무 늦은 시간에.

 

소년의 고모
아니야, 조카 목소리도 오랜만에 듣고
(갑자기 덜컹 소리가 들리며, 고모의 놀란 목소리)
아이쿠, 어머, 뭔 일이야.
수화기에 먼 목소리로 고모부 소리가 들린다.

 

소년의 고모부
이런, 이런 차가 빠졌어.
소년 완전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사과를 쳐다보다 들고 있던 사과를 떨어뜨린다. 사과가 떼구르르 굴러간다.

 

 

소년의 등굣길- 실외/낮


소년은 이제 의심의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생각을 했고 사과는 그 생각에 답을 했다. 소년이 소리를 내든 안 내든 마음속에서 말을 하면 사과는 목젖으로부터 대답을 들려주었다. 소년에게 스마트폰으로 학교 친구들이 카톡이 온다. 소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답장을 하려던 순간 사과의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사과 (V.O)
네가 쓰고 있는 아이폰 좋니?

 

소년
그럼, 좋지. 역시 애플 건 좀 다르잖아. 뭔가 간지가 나거든

 

사과 (V.O)
그럼, 네가 좋아하는 그 애플이라는 회사도 사실 우리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건 알아?

 

소년
에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너희가 어떻게?

 

사과 (V.O)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게. 설립자들의 허기짐, 강렬한 개발에 대한 욕구를 우리가 지각했고 그래서 우리가 그들이 영감을 얻을 만한 위치에 강력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신맛을 느끼게 해준 거야. 사과를 베어 문 순간 그 신맛이 그 들을 각성 상태로 이끈 거지. 그뿐이 아니지. 뉴턴의 만유인력이라고 들어봤어?

 

소년
응, 과학 수업 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어.

 

사과 (V.O)
그래, 그럼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발견했다는 것도 들었겠네.

 

소년
그야, 유명한 일화니깐?
(평소처럼 이야기하다가 문득 머리를 맞은 듯 갑자기 놀라며)
헉, 설마 그것도 너희가?

 

사과 (V.O)
그래, 그것도 우리가 한 일이지. 뉴턴이 나무를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리들은 지각했던 거야.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할 만한 사람인 것을, 그래서 우리 중 하나를 떨어지기로 결정한 거지, 나무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포기하면서,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서 사람 사는 세상을 새롭게 바꾸어 놓을 원리를 발견해 낼 수 있도록 말이야.

 

소년
그랬구나. 너희들이 없었다면 난 이 핸드폰도, 이 버스도 타고 다닐 수 없었을 텐데 고마워.
그런 결정을 내려줘서.

 

사과 (V.O)
뿐만 아니지, 수 세기 전에 다른 소년을 구한 이야기를 알아? 과거 스위스에서 빌헬름 텔이 자기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 쏠 때, 역시 그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짧은 순간이지만 소년에게 이야기해주었어. 사과로 빗나갈 화살의 거리를 가늠해서 소년에게 움직이라고.

 

 

이렇게 사과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소년은 사과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모습으로 거리를 계속 거닌다. 친구들이 연락하면 연락을 받지 않고, 카톡을 무시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게임방에 가거나, 친구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모습에 대해 흥미를 잃은 모습이 보인다. 잠깐 친구가 부르면 돌아보는 모습이 보이다가 이내 다시 어딘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이 지나가면서 narration

 

사과 (V.O)

소년은 사과에게 머물기로 했다.
소년은 세상에서 사라져가기로 했다. 대상에 대한 감정보다는 대상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과처럼 되는 것이고, 사과가 되기 위해 그는 사과의 소리만을 유일하게 듣기로 했다. 소년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학교를 가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시험을 보고 진학을 하고 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소년은 말이 없었고, 화를 내지도, 웃지도, 싸우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렇게 소년은 사과가 되어 가고 있었다.

 

소년의 등굣길 - 실외/ 낮


시간이 계속 흘러서 소년은 고등학생이 된 모습으로 등굣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듯, 사과와 대화하는 모습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건너편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고 있다. 경찰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탄식 소리도 간간 들린다. 소년은 가까이 가서 본다. 시체가 누워 있다. 바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흥건한 피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휩싸여 들려온다. 소년은 당황한 표정을 한다. 그리고 경찰 2명이 현장으로 들어온다. 그때,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경찰1

이거 뺑소니 같은데, 즉사한 거 같아. 이러면 범인 잡기가 쉽지 않은데

 

경찰2

네, 경사님, 사망 시각을 보니 한 밤중에 일어난 것 같아요. 목격자도 없으니 찾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하필 CCTV 도 없는 사각지대라.

 

경찰1
죽은 사람만 억울하게 되었지, 뭐, 신분 확인했나?

 

경찰2
네, 지금 조회 중인데요, 여기 나오네요, 35세,
소년은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레 사과에게 묻는다.

 

소년
혹시 너희는 알고 있니? 누가 범인인지?

 

사과 (V.O)
응, 알고 있어. 건너편 사과를 파는 과일 가게에서 사과는 사고를 지각했어.
그리고 그 시체도 누구인지 알고 있어. 이야기해줄까?

 

소년
(입술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며)
응. 알아야겠어.

 

사과 (V.O)
죽은 자는 학교 선생님이야,
그리고 결혼한 지 3년 되고,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있어.
범인은…

 

소년
(사과의 말을 끊으며)
아니, 범인에 대해서는 알 필요 없어.
이미 뺑소니친 것만으로 충분해.

 

사과 (V.O)
그래, 근데 왜 갑자기 그건 묻는 거야?

 

소년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이며)
나도 모르겠어, 가슴이 아파.
아버지를 잃어버렸을 그 아이를 생각하니 아파.
이건 뭔가 잘 못된 거야.

 

사과 (V.O)
(웅성웅성 되는 소리와 함께)
그런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나.
언제든 사람들은 죽고 있어.
전쟁이든, 범죄든, 사고 든.
그런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있지. 그것들로부터 벗어나야 해. 우리처럼.
그래야 자유로워져.

 

소년
(현장을 벗어나려는 듯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지며)
아니, 모르겠어. 난 그렇게 되지를 않아. 너무 무섭고 답답해.
범인에 대해, 그리고 그 사고의 경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줘.

 

사과 (V. O)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사고는 어제 새벽 2시쯤 일어났어. 그리고…
소년은 한참을 끄덕이며 사과의 소리를 듣는 듯 보이고, 간혹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학교로 향한다.

 

 

소년의 방 - 실내/밤


소년은 한동안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며, 고민을 하는 기색을 보인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가 껐다가 눌렀다가 껐다가 한다. 그때 갑자기 사과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과 (V. O)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결심했어? 그동안 남들에게 관여하지 않았잖아. 너답지 않은 선택일지 몰라.
괜찮겠어

 

소년
그래도. 해야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게 맞는 걸 거 같아.
너희들의 도움으로 하는 일이지만.

 

사과 (V.O)
그래,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앞으로는 네가 우리를 통해 얻은 것으로 해결하는 것을 우리는 원하지 않아.
우린 우리의 형태대로 세상에 관여하기를 원해.

 

소년
미안해. 그냥 알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 같아.
미안.
소년은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른다.
예, 경찰서죠, 일주일 전에 있었던 동백 고등학교 건널목 뺑소니 사고 목격자입니다.
(대화가 더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

 

 

소년의 등굣길 - 실외/ 낮

 

소년이 건널목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린다. 멀리서 뺑소니 사고 현장 검증의 모습이 보인다. 수갑을 찬 범인이 보인다.
처음 담당을 했던 경찰1, 경찰2가 현장 검증을 주도하고 있다. 소년은 수갑을 찬 범인을 보다가 문득 눈이 마주치려고 하는 찰나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학교를 향해 고개를 숙인 채 달린다. 사과가 묻는다.

 

사과 (V.O)
왜 그런 선택을 한거야?

 

소년
모르겠어 나도 잘. 왜 그랬는지?
( 더 이상 대답을 못하고 헛기침을 한다.)
으흠.

 

딸각, 그때 목젖의 틈이 좁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년의 출근길 - 실외/ 낮


소년의 옷차림은 교복이 아닌 평상복이다. 건널 목을 건너자, 멀리서부터 그의 애인이 보인다. 그녀가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의 눈은 그녀에게 머무른다. 그녀와 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소년 (내레이션)
나는 사과의 목소리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다.
어떤 것도 사과와의 이야기 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녀의 목소리는 사과를 자꾸만 잊게 했고 잊힌 사과는 나를 잊어 갔다.

 

소년의 집 거실 - 실내/ 밤


소년은 회사를 다녀온 듯, 양복을 벗고 자리에 앉는다. 식탁에는 그의 아내가 해놓은 음식이 있다. 그리고 그 음식을 처음 볼 때,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아내가 돌아서자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소년은 먹는다.

 

소년
여보, 오늘 찌개 너무 맛있다. 얼큰한 게 아, 쏘주 한 잔 하고 싶네.

 

소년의 아내.
어머, 맛있어요? 나 넘 걱정했는데, 사실 나 계속 코감기 때문에 간을 못 봐서. 다행이다.

 

소년
(연신 찌개를 먹으면서)
아니야, 아니야. 너무 맛있어.
(그리고는 아내가 안 보이는 사이에 얼른 물을 들이킨다.)

 

그때 그는 목 안에서 '따각' 하는 소리를 들었다. 목 안에서 사과씨의 모양을 하고 있던 목젖이 닫히는 소리였다. 그리고 사과들끼리의 대화가 멀어지면서 들린다.

 

사과 (V.O)
그 소리는 목 안에서 사과씨의 모양을 하고 있던 목젖이 닫히는 소리였다. 그리고 우리는 잊힐 거야. 그는 다시는 우리의 말을 들을 수 없겠지. 녀석은 우리가 지각하는 실재의 존재들 보다 사랑이 들려주는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사랑하는 사람만을 느끼는 순간으로 멀어져 가겠지. 모든 흔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여전히 하나겠지만, 넌 우리가 아니겠지. 이제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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