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출판번역> 김택규 강사 신간 소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번역가 K가 사는 법
저자 김택규 | 출판사 더라인북스 | 발행 2020. 09
책 소개
이런 번역가 또 없습니다!
독보적인 캐릭터 번역가 K의 번역 인생과 기획 이야기
전작 『번역가 되는 법』에서 출판번역가의 미래가 암울할지라도 ‘고분고분 죽을 마음이 없다’고 일갈했던 번역가 K가 돌아왔다. 인공지능의 습격 앞에서 조만간 사라질 직업 1위로 꼽히는 번역가. 하지만 번역가 K는 여전히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선언한다.
독서와 글쓰기로 단련된 모국어 전문가, 문학을 사랑하는 문장가, 중국의 살아있는 문화가 담긴 도서를 소개하는 중계인, 능력과 열정이 있는데도 마땅한 일감을 찾지 못하는 번역가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획자. 이 모든 역할을 넘나드는 번역가 K는 남들이 앞서간 길을 따라가기보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오늘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번역가 K의 눈물겨우면서도 통쾌한 생존기는 번역가 지망생뿐 아니라 불안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준다.
저자 소개
김택규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로 중국어 출판번역과 기획 일을 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과에서 겸임교수를,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역서로 『이중톈 중국사』, 『죽은 불 다시 살아나』, 『암호해독자』, 『책물고기』 등 60여 권이 있으며 저서로는 『번역가 되는 법』과 『중국 출판과 인터넷문학』이 있다. 역서 『죽은 불 다시 살아나』가 2005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후보에 올랐고 역서 『책물고기』는 2019년 중국 우수수출도서상을 받았다.
목차
서문.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가 아니다
1부 나의 이야기
중국이 싫으면 어때
번역하다 죽어도 좋아
자질이 의심스러운 번역가
나는 문학번역가
희망 없는 중국문학
중국 출판이라는 수수께끼
다시 중국어 출판번역가로
시 주석의 도움으로
번역의 미래
2부 기획 이야기
기획은 융통성 있게: 기획서 쓰기의 ABC
출판사에도 캐릭터가 있다: 『서점의 온도』와 『미래의 서점』
출판사와 친하면 편하다: 『책물고기』
헌 술은 새 부대에: 『장자와 100문장』
사회 이슈를 노려라: 『중국제국 쇠망사』와 리인허 에세이
3부 번역 이야기
나의 일정 관리
나의 번역 요령
부록
중국 출판사와 친해지는 방법
2019년 베이징국제도서전 참관기
한국어 문장력 단련법
책 속으로
첫째,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라는 것이다. 하긴 외국어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장래 희망이 출판번역가인 학생들이 아직도 많은 것을 보면 이런 오해는 그래도 이해해줄 만하다. 사실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라기보다는 모국어 전문가이며 나아가 어느 정도는 ‘문장가’라고 할 수 있다.
- 7쪽
둘째로 예상되는 출판번역가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은둔자’다. 1년 365일을 골방에 틀어박혀 오직 텍스트만을 벗 삼는 직업이라고들 생각한다. 이에 대해 나는 서슴없이 아니라고, 적어도 중국어 출판번역가는 정반대로 활동가일 수 있다고 답하련다. 역사가 오래되고 일거리가 많으며 기획, 저작권, 번역 업무가 기획자, 저작권 에이전트, 번역가에게 정확히 나누어져 있는 영어와 일본어 번역서 분야에서는 번역가가 번역에만 몰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어 출판번역가는 여러 업무에 다 관여하며 그래야만 자기가 선호하는 책의 번역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확보해 살아갈 수 있다.
- 8쪽
나는 이 책이 21세기 전후, 한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에서 중국어 출판번역이라는 특수한 직종에 종사한 이들의 구체적인 삶과 정체성에 관한 문화사적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훗날 한국의 이 기형적이고 고립적인 엘리트 학술의 풍토에서도 혹시나 ‘번역사(史’)에 대한 집필이 시도된다면 거기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 10쪽
그도 그럴 것이 『죽은 불 다시 살아나』는 사실상 나의 첫 번역서였기 때문이다. 출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6번째 책이었지만 계약은 첫 번째였고 나는 이 몹쓸 책을 번역하면서 번역가의 정체성을 얻었다. 동시에 학계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길로 떠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었다. 이 책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음으로써 그 후로는 어떤 책도 번역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비록 인세로 계약해서 내가 받은 돈은 2백만 원에 불과했고 초판 인쇄부수 5백 부가 소진되기까지 10년이 걸릴 만큼 판매도 부진했지만 내게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형언할 수 없이 크다.
-39쪽
그때 나는 대체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순항이 보장된 길을 피해 갔을까? 꿈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거창한 꿈을 꾸고 있었다. 누구의 의뢰도 받지 않고 내 손으로, 내가 좋아하는 중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발굴해 차례로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려면 쑤퉁 한 명에게 집중해서는 안 되었다. 쑤퉁만큼이나 훌륭하고 개성적인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줄줄이 기획해 출판하고 싶었다.
- 60쪽
시장 논리에만 의지해서는 도저히 한국에서 출판되기 어려운 중국의 중요한 지식 콘텐츠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들여올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중국 현대문학은 현대 중국인의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삶을 한국인에게 생생히 이해시킬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로서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들에게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나로서는 나를 비롯한 여러 중국어 출판번역가들의 생존도 염두에 둬야만 한다. 최대한 중국의 양서들을 선별하고 번역지원금을 이용해 출판을 함으로써 능력과 열정이 있는데도 마땅한 일감을 못 찾는 중국어 출판번역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시 주석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한국에 중국소설을 들여오려고 하는 이유이다.
-102쪽
미래의 출판번역은 종이책이 사라져도 단지 매체를 갈아타며 계속 생존할 것인데, 그 매체는 현재로서는 웹 외에는 상상하기 힘들며 웹소설 번역은 출판번역이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잘 관찰해야 할 시금석에 해당한다. 장르소설이 종이를 벗어나 웹에서 웹소설로 자리 잡은 것처럼 순문학도 사회과학도 심지어 역사와 철학도 새로운 글쓰기 방식과 매체의 혁신으로 웹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 그럴 수만 있다면 중국어 출판번역을 비롯한 모든 출판번역도 온전히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 113쪽
출판번역가는 좋은 책을 발견해 기획서를 쓸 때는 반드시 그 책과 캐릭터가 맞는 출판사를 머릿속에 그려봐야 한다. 나는 서점 책만 보면 유유출판사가 생각나고 중국소설을 기획할 때는 글항아리를 맨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도서관에만 꽂힐, 대학원생과 학자들만 읽을 학술서가 눈에 띄면 먼저 국학자료원에 연락할 마음을 품는다. 출판사마다 각기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를 정조준해 기획을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 131쪽
어쨌든 출판번역가는 저만치 있는 마감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빈틈없는 스케줄을 무기로 삼아 하루하루를 기계처럼 규칙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팔자다. 그러다가 자칫 몸이 아파 며칠을 쉬게 된다면? 당연히 마감이 악마로 돌변하는 사태를 겪게 된다. 출판번역가는 프리랜서이지만 자유롭기는커녕 실컷 아플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
-158쪽
#. 출처 : 교보문고
<차이나는 출판번역> 김택규 강사 신간 소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번역가 K가 사는 법
저자 김택규 | 출판사 더라인북스 | 발행 2020. 09
책 소개
이런 번역가 또 없습니다!
독보적인 캐릭터 번역가 K의 번역 인생과 기획 이야기
전작 『번역가 되는 법』에서 출판번역가의 미래가 암울할지라도 ‘고분고분 죽을 마음이 없다’고 일갈했던 번역가 K가 돌아왔다. 인공지능의 습격 앞에서 조만간 사라질 직업 1위로 꼽히는 번역가. 하지만 번역가 K는 여전히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선언한다.
독서와 글쓰기로 단련된 모국어 전문가, 문학을 사랑하는 문장가, 중국의 살아있는 문화가 담긴 도서를 소개하는 중계인, 능력과 열정이 있는데도 마땅한 일감을 찾지 못하는 번역가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획자. 이 모든 역할을 넘나드는 번역가 K는 남들이 앞서간 길을 따라가기보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오늘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번역가 K의 눈물겨우면서도 통쾌한 생존기는 번역가 지망생뿐 아니라 불안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준다.
저자 소개
김택규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로 중국어 출판번역과 기획 일을 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과에서 겸임교수를,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역서로 『이중톈 중국사』, 『죽은 불 다시 살아나』, 『암호해독자』, 『책물고기』 등 60여 권이 있으며 저서로는 『번역가 되는 법』과 『중국 출판과 인터넷문학』이 있다. 역서 『죽은 불 다시 살아나』가 2005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후보에 올랐고 역서 『책물고기』는 2019년 중국 우수수출도서상을 받았다.
목차
서문.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가 아니다
1부 나의 이야기
중국이 싫으면 어때
번역하다 죽어도 좋아
자질이 의심스러운 번역가
나는 문학번역가
희망 없는 중국문학
중국 출판이라는 수수께끼
다시 중국어 출판번역가로
시 주석의 도움으로
번역의 미래
2부 기획 이야기
기획은 융통성 있게: 기획서 쓰기의 ABC
출판사에도 캐릭터가 있다: 『서점의 온도』와 『미래의 서점』
출판사와 친하면 편하다: 『책물고기』
헌 술은 새 부대에: 『장자와 100문장』
사회 이슈를 노려라: 『중국제국 쇠망사』와 리인허 에세이
3부 번역 이야기
나의 일정 관리
나의 번역 요령
부록
중국 출판사와 친해지는 방법
2019년 베이징국제도서전 참관기
한국어 문장력 단련법
책 속으로
첫째,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라는 것이다. 하긴 외국어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장래 희망이 출판번역가인 학생들이 아직도 많은 것을 보면 이런 오해는 그래도 이해해줄 만하다. 사실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라기보다는 모국어 전문가이며 나아가 어느 정도는 ‘문장가’라고 할 수 있다.
- 7쪽
둘째로 예상되는 출판번역가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은둔자’다. 1년 365일을 골방에 틀어박혀 오직 텍스트만을 벗 삼는 직업이라고들 생각한다. 이에 대해 나는 서슴없이 아니라고, 적어도 중국어 출판번역가는 정반대로 활동가일 수 있다고 답하련다. 역사가 오래되고 일거리가 많으며 기획, 저작권, 번역 업무가 기획자, 저작권 에이전트, 번역가에게 정확히 나누어져 있는 영어와 일본어 번역서 분야에서는 번역가가 번역에만 몰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어 출판번역가는 여러 업무에 다 관여하며 그래야만 자기가 선호하는 책의 번역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확보해 살아갈 수 있다.
- 8쪽
나는 이 책이 21세기 전후, 한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에서 중국어 출판번역이라는 특수한 직종에 종사한 이들의 구체적인 삶과 정체성에 관한 문화사적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훗날 한국의 이 기형적이고 고립적인 엘리트 학술의 풍토에서도 혹시나 ‘번역사(史’)에 대한 집필이 시도된다면 거기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 10쪽
그도 그럴 것이 『죽은 불 다시 살아나』는 사실상 나의 첫 번역서였기 때문이다. 출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6번째 책이었지만 계약은 첫 번째였고 나는 이 몹쓸 책을 번역하면서 번역가의 정체성을 얻었다. 동시에 학계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길로 떠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었다. 이 책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음으로써 그 후로는 어떤 책도 번역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비록 인세로 계약해서 내가 받은 돈은 2백만 원에 불과했고 초판 인쇄부수 5백 부가 소진되기까지 10년이 걸릴 만큼 판매도 부진했지만 내게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형언할 수 없이 크다.
-39쪽
그때 나는 대체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순항이 보장된 길을 피해 갔을까? 꿈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거창한 꿈을 꾸고 있었다. 누구의 의뢰도 받지 않고 내 손으로, 내가 좋아하는 중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발굴해 차례로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려면 쑤퉁 한 명에게 집중해서는 안 되었다. 쑤퉁만큼이나 훌륭하고 개성적인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줄줄이 기획해 출판하고 싶었다.
- 60쪽
시장 논리에만 의지해서는 도저히 한국에서 출판되기 어려운 중국의 중요한 지식 콘텐츠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들여올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중국 현대문학은 현대 중국인의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삶을 한국인에게 생생히 이해시킬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로서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들에게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나로서는 나를 비롯한 여러 중국어 출판번역가들의 생존도 염두에 둬야만 한다. 최대한 중국의 양서들을 선별하고 번역지원금을 이용해 출판을 함으로써 능력과 열정이 있는데도 마땅한 일감을 못 찾는 중국어 출판번역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시 주석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한국에 중국소설을 들여오려고 하는 이유이다.
-102쪽
미래의 출판번역은 종이책이 사라져도 단지 매체를 갈아타며 계속 생존할 것인데, 그 매체는 현재로서는 웹 외에는 상상하기 힘들며 웹소설 번역은 출판번역이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잘 관찰해야 할 시금석에 해당한다. 장르소설이 종이를 벗어나 웹에서 웹소설로 자리 잡은 것처럼 순문학도 사회과학도 심지어 역사와 철학도 새로운 글쓰기 방식과 매체의 혁신으로 웹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 그럴 수만 있다면 중국어 출판번역을 비롯한 모든 출판번역도 온전히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 113쪽
출판번역가는 좋은 책을 발견해 기획서를 쓸 때는 반드시 그 책과 캐릭터가 맞는 출판사를 머릿속에 그려봐야 한다. 나는 서점 책만 보면 유유출판사가 생각나고 중국소설을 기획할 때는 글항아리를 맨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도서관에만 꽂힐, 대학원생과 학자들만 읽을 학술서가 눈에 띄면 먼저 국학자료원에 연락할 마음을 품는다. 출판사마다 각기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를 정조준해 기획을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 131쪽
어쨌든 출판번역가는 저만치 있는 마감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빈틈없는 스케줄을 무기로 삼아 하루하루를 기계처럼 규칙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팔자다. 그러다가 자칫 몸이 아파 며칠을 쉬게 된다면? 당연히 마감이 악마로 돌변하는 사태를 겪게 된다. 출판번역가는 프리랜서이지만 자유롭기는커녕 실컷 아플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
-158쪽
#. 출처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