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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밤> 허남훈 소설가 인터뷰

소설을 쓰는데 있어서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Q. 안녕하세요. 선생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허남훈입니다. 저는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방송프로덕션 PD와 신문 기자로 일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 ‘제 28회 근로자문화예술제 문학 부문 대상(문화부 장관상)’과 ‘2019 보훈콘텐츠 공모전 문예부문 최우수상(국가보훈처장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2021 한국경제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장편소설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을 출간했습니다.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Q. 출간 작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은 어떤 작품인가요?

 

A. 보험 용어 중에 ‘거절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병력(病歷)이나 직종의 위험도에 따라, 또는 보험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을 경우 보험가입이 부적절한 피보험자를 뜻하는데요. 한마디로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보험사로부터 가입이 거절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저는 1997년의 IMF와 2008년의 금융위기, 그리고 오늘날의 코로나19 팬대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험회사가 거절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회 구조의 문제들을 청년들의 나태와 게으름 탓으로 돌리는 시선 앞에, 청년들이 나름의 응전과 분투를 통해서 삶의 방식을 찾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냉혹한 현실을 내부자의 시각으로 디테일하게 기록해 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Q. 현재 쓰고 계신 작품도 궁금합니다. 언제쯤 읽어볼 수 있을까요?

 

A.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35년 전반을 아우르다 보니 공부할 게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Q. 선생님 스스로 등단이 조금 늦은 편이라 말씀해 주셨는데요, 졸업 이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대학에 문학 특기생으로 입학했지만 정작 대학에 가서는 영화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대학시절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여러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첫 직장은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주로 만드는 방송프로덕션에 입사하였습니다. 그곳에서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을 비롯해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신문기자가 되어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직장을 관둔 후에는 의류 매장, 식당, 온라인 쇼핑몰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습니다.


 

Q. 다른 일을 하시는 중에도 소설은 계속 쓰셨는지요?

 

A.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정도는 먹고사는 일이 바빠 소설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만 꾸준히 SNS에 글을 써왔는데 돌아보면 그것이 글 쓰는 훈련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5~6년 전 대학 친구들이 꾸려오던 독서모임에 합류하면서부터입니다. 2주에 한 번씩 만나 독서 토론을 하고 서로의 작품도 합평하는 모임인데요, 이 모임 덕분에 많은 책을 읽고 다시 작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소설만 쓰며 살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읽고 쓰고 나누며 사는 삶을 막연히 동경해왔지만 어떤 식으로 이루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어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Q. 다시 소설로 돌아오기까지 합평 모임의 영향이 컸던 것 같네요. 그 모임에는 어떤 분들이 계신가요?

 

A. 소설가, 화가, 방송작가, 출판 편집자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친구들과 모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우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혼자 쓰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마라톤과 비슷합니다. 결국엔 자기와의 싸움일지라도 함께 뛰는 동료가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자극과 격려가 됩니다. 제가 3년에 걸친 시간 동안 장편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모임을 함께한 친구들 덕분입니다. 여러 차례의 합평을 통해 제 작품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여러 시도들에 대한 반응을 미리 살필 수 있었으며,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 덕분에 결국엔 장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상상마당에서 보내는 여러분의 시간이 소설 강의와 더불어 좋은 문우를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이번에 상상마당에서 여실 수업 <소설 쓰는 밤>에서도 '소설을 쓴다는 고독한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을 많이 강조해서 말씀해 주셨어요. 어떤 수업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A. 예술에 정답은 없습니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수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질문을 통해, 때로는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영감이 떠오르고 생각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보다는 함께 쓰고, 고민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겠지요. 물론 소설 창작에 있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도 아낌없이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 소설을 쓰고자 하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Q. 어떤 분은 글쓰기는 재능이라 하시고, 또 어떤 분은 노력과 인내라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당연히 노력과 인내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을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좋아하면 읽게 되고 읽다 보면 쓰게 됩니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언제나 책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자연스레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물론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창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조차 중독성이 있어서 많은 작가들이 기꺼이 그 고통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선천적인 재능의 역할은 미비합니다. 필요한 것은 각자의 노력으로 키운 후천적 재능입니다. 상상마당의 문을 두드릴 정도의 열정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이미 그 재능을 갖고 계시거나 곧 갖게 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Q. 30대, 40대가 되어 이제는 소설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A.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소설에는 어린 천재가 나오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그건 아마도 소설이 단지 감각만으로 쓸 수 있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승우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한 편의 소설은, 그 소설이 탄생하는 순간까지의 그 작가의 삶의 총체다.’ 한 편의 작품에는 작가의 경험과 인식, 그리고 세계관이 모두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30, 40대에 시작해서 걸작을 남긴 작가들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열심히 습작을 하고 있는 소설가 지망생분들을 위해 한 말씀해 주신다면요?

 

A. “나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을 향한 구원이기를 바란다.” 장혜령 작가의 말입니다.

저마다의 현실적인 상황과 고민이 있을 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을 지새우며 소설을 쓰는, 쓸 수밖에 없는 그 의지와 열망 앞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저는 그저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한 사람의 문우이자 독자로서 여러분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그리고 자신을 향한 구원을, 그 사랑을 멈추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허남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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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ㅣ 기획자 박진아 jina@ssm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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