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줄 소설 공모전

올 해에도 또 열 줄이야

심사평


2021년 심사평

■ 김봉석 평론가의 총평


열 줄 소설은 시가 아니다. 에세이도 아니고, 광고 카피도 아니다. 장편 소설의 일부가 아니고, 단편의 축약본도 아니다. 확장성은 있지만, 그 자체로서 완결적인 하나의 이야기가 존재해야 한다. 반전도 좋고, 은유도 좋고, 교훈도 좋다. 각자의 목적을 향해 달리는 하나의 이야기가 자체로서 완벽한 것. 본선에 오른 10편의 열 줄 소설은 저마다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세계 안에서, 캐릭터와 플롯이 온전히 담겨 있다. 독자에게 선명하게 연상되는 이미지와 함께.


김봉석 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최근 제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참여했다. 에이코믹스 편집장, 브뤼트 편집장, 씨네 21 기자로 일해온 이력을 지닌다. 그래서 <웹 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1, 2, 3>(북바이북),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예담),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예담),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북극곰), <SF 영화>(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리고 드디어 <전방위 글쓰기>(바다출판사), 그러나 <좀비사전:당신이 좀비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프로파간다), <탐정사전:역사상 중요한 탐정의 목록과 해설>(프로파간다), <한국의 만화가>(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웃기는 레볼루션:무한도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텍스트),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랜덤하우스코리아),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한겨례출판사), 심지어 <내 안의 음란마귀:두 아재의 거시기하고 거시기한 썰>(그책), <18금의 세계>(씨엔미디어), 게다가 <클릭 일본문화>(한겨레신문사),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 2>(21세기북스) 등의 다방면 저서를 펴낸, 음 정리하자면 덕(편)집자이다.




■ 전건우 작가의 총평

 

이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NS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요즘이기에 많은 관심을 끌 거라는 예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죠.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분량이 적다고는 해도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2000 편이 훌쩍 넘는 작품이 모였다고 하니 결과를 알고도 믿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소설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영화, 드라마, 만화, 그리고 수많은 동영상이 소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소설이라는, 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매체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설령 그 형태가 조금씩 바뀔지라도 가슴 속에 품은 이야기가 있고, 그걸 보여주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소설은 계속 될 것입니다. ‘열 줄 소설 공모전’을 통해 이런 제 믿음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어 더없이 기뻤습니다.

 

전건우 작가

대학에서 해운경영학을 전공하고 6년간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8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을 통해 데뷔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둠,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이야기꾼.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 추리능력자편 출연.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금요일의 괴담회』, 『냉면』, 『한밤중에 나 홀로』 등다수 출간.





■ 경향

 

예심을 뚫고 올라온 작품의 장르를 굳이 나누자면 SF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는 최근의 SF 붐과 열 줄이라는 분량 제한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인상적인 결말을 연출하기에는 SF가 더없이 좋은 장르입니다. SF 장르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들이 많아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반전에 힘을 준 작품도 여럿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을 위해 앞의 아홉 줄을 탄탄하게 만든 작품은 읽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 심사 기준


재미있는 작품에 좋은 점수를 주자는 대원칙에 충실했습니다. 소설의 재미란 결국 ‘이야기가 얼마나 그럴싸한 가’에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반전이 있어도 그것이 뜬금없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라 부르기 힘듭니다. 열 줄 안에서도 기승전결을 잘 갖췄는지,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한지, 그리고 얼마나 재기발랄한지를 심사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 공모전의 취지에 맞게, 열 줄이라는 분량을 잘 지킨 작품에는 특별히 가산점을 주었습니다.


 

■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이제 1회를 맞이한 열 줄 소설 공모전은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현재의 가볍고 날렵한 기조를 유지하길 바랍니다. 문턱은 낮추고, 대문은 활짝 연 이 공모전을 통해 소설가의 꿈을 꾸는 사람이 늘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열 작품을 선정해 SNS에 공유하고 네티즌의 반응을 점수에 반영한 심사 방식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짧은 분량 안에서도 통통 튀는 서사를 보여준 작품과 현 시대에 맞는 주제 의식을 드러낸 작품이 많았다는 사실도 고무적이었습니다.


반면 많은 수의 작품이 모였음에도 어디선가에서 들어봤음직한 이야기가 다수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소재는 겹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충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각 작품 별 심사평


- 대상 작-
 

[좋아요] _ 지평선 작가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과 그걸 소설로 풀어낸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반전 있는 결말에 강박을 가지기보다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에 힘을 준 점도 아주 훌륭합니다. 이별, 유튜브, 먹방 등 지금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는 사실 역시 탁월합니다. 재기발랄한 설정이나 기막힌 반전이 없음에도 이 작품이 재미있는 것은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최우수 작-

 

[가져가는 산타] _ 기훈 작가

짧은 분량 안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익숙한 소재를 비틀어 낯설게 만드는 것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세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결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한편 씁쓸한 감정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야기의 완성도가 확 살아났습니다.


[잠잘 때만 웃는 아내의 비밀] _ 방가 작가

작가가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때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기묘한 설정만으로도 긴장감과 궁금증을 불러오는데, 거기에 안정적인 문장까지 더해졌기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탁월한 점은 비밀을 밝히지 않는 결말에 있습니다. 독자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어 작품의 생명력 자체가 살아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미스터리로, 누군가에게는 호러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로맨스로 읽힐 수 있다는 점도 탁월합니다.


- 우수 작-


[산 넘어온 노인] _ 바틀비 작가

마지막 반전을 위해 ‘빌드 업’을 잘한 작품입니다. 멀리 있는 행복을 좇다가 허망한 결말을 맞이하고 마는 삶의 아이러니도 인상적으로 드러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잘 짠 이야기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당신을 좋아하고 있나요?] _ 백일홍 작가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애틋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독자 역시 주인공처럼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가면서도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작가의 내공이 돋보입니다.


 

[나는 시간을 멈춘다] _ 윌 작가

SF와 판타지가 섞인 설정임에도 이야기가 붕 뜨지 않고 독자의 마음에 안착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시간을 멈추는 주인공의 능력이 흔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사랑’과 연결하면서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꿈] _ 배예나 작가

열 줄이라는 제약을 오히려 이점으로 잘 살린 영리한 작품입니다. 짧은 이야기이기에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모호한 결말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 것도 좋았고 결말을 향한 탄탄한 구성도 훌륭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장점입니다.


 

[술 귀신] _ 풍선맛포도껌 작가

제목이 곧 작품 내용의 일부가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술 귀신’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야기는 개연성을 획득하고 나아가 깊은 울림과 슬픔까지 더하게 됩니다. 무리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도 훌륭합니다. 때로는 친절한 설명보다 축약과 암시가 더 효과적인 순간이 있으니까요.


 

[2021년 과거, 어느 날] _ 허우룩허우룩해 작가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잘 구현해 내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비슷한 소재라도 그 소재의 다른 면을 부각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결말도 충분히 신선한데, 북극곰을 보러간다는 마지막 문장을 추가함으로써 작품의 재미와 의도가 확 살아났습니다.


 

[장풍] _ 홍윤표 작가

귀여운 상상력에 재미있는 디테일을 더한 재기발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또 다른 장풍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짧은 분량 속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이 무척 훌륭합니다.



** 각 작품의 전문은 상상마당 아카데미 인스타그램(@ssmadangacadem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공모전의 심사를 위해 애써주신 김봉석 평론가님, 전건우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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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l 박진아 (KT&G 상상마당 교육콘텐츠사업부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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