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줄 소설 공모전

올 해에도 또 열 줄이야

심사평


2023년 [열 줄 소설 공모전] 심사평


심사 총평



전건우 심사위원

 이 공모전도 어느덧 세 번째에 접어들었고 그만큼 응모작의 수준 역시 올라가는 걸 지켜볼 수 있어 더없이 기쁩니다. 찰나의 반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 깊은 주제,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화두를 건드리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그것 또한 즐거웠습니다. 공모전의 시작부터 지금껏 함께 해온 저로서는 심사를 할 때 제법 긴장하게 됩니다. 창작자의 고민과 애정을 담아 응모한 작품들을 최대한 바른 눈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런 긴장감을 유지한 채 이번 공모전의 작품들도 찬찬히 읽었고, 몇 번이나 숙고한 끝에 최종 열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은 점수를 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른 문장을 구사했는가,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주제 의식이 살아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가. 특히 저는 마지막 항목에 집중했습니다. 짧은 분량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무척 어렵거든요. 그걸 훌륭히 해내신 작가님들께 존경심을 표합니다.

올해는 지난 두 번의 공모전과는 다른 경향의 작품이 많았고 전 이 부분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공모전의 응모작들은 SF, 스릴러, 호러로 대변할 수 있는 장르적인 이야기가 다수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라마, 로맨스 등 조금 더 부드럽고 감상적이며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 같은 경향의 변화가 ‘팬데믹 시대’를 거쳐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좌절, 분노, 그리고 슬픔의 나날들을 길게 보내온 결과, 많은 창작자가 연대와 유대, 나아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그 결과가 이번 공모전에 나타난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저는 인간애야말로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어떤 장르의 소설을 쓰건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에 둔다면 그것은 곧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응모작들의 면면히 대단히 훌륭했고, 그랬기에 단 몇 편을 뽑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품을 향한 고민과 노력은 그 분량에 있지 않다는 걸 저는 잘 압니다. 단 열 줄이라 해도 그걸 완성하기까지 무수히 많이 수정하고, 지웠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하셨을 것입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하기까지 경험했던 그 모든 순간들을 오래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고민하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고치는 과정이야말로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고 난 후 마침내 한 편의 그럴싸한 이야기를 완성했을 때의 그 기쁨, 그걸 또한 오래 간직하시기를 바랍니다.

수상하신 분과 그렇지 못한 분 모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이야기를 완성하고 공모전에 응모한 것만으로도 창작자로서 출발선에 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래달리기’입니다. 소설 쓰기는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길고 긴,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 마라톤입니다. 그러니 숨을 깊게 들이쉬고 온몸의 긴장을 풀고 자신만의 보폭으로 꾸준히 달리시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이 기나긴 코스의 어딘가에서 여러분과 마주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은 글 보내주셔서 제가 즐거움과 깊은 영감을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전건우 작가

대학에서 해운경영학을 전공하고 6년간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8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을 통해 데뷔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둠,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이야기꾼.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 추리능력자편 출연.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금요일의 괴담회』, 『냉면』, 『한밤중에 나 홀로』 등다수 출간.




김학제 심사위원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멋진 작품을 읽고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중·단편 또는 장편 분량의 작품을 공모하는 여타 공모전과 달리, ‘열 줄 소설 공모전’은 응모작에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겨 새로웠습니다. 소설 창작에 대한 열의와 재능을 가진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나는 음악에 맞춰 각자의 재량을 뽐내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예술 창작이란 기본적으로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공모전 응모작을 읽다 보면 그 고통의 소용돌이에 저조차 휘말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이번 공모전은 주최 측도 응모자 여러분도 경쟁이 아닌 문학의 즐거움에 집중하다 보니, 저도 모두와 즐거운 춤을 추는 듯 즐겁게 심사할 수 있었습니다.

‘열 줄 소설 공모전’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는 각 응모작이 보다 상상의 경계선을 넓히고, 작품의 활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존하는 공모전 중에서 이보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곳이 과연 있을까요? 더불어 열 줄이라는 분량 제한은, ‘조금 더 쉽게 장르적 도전을 할 수 있다’라는 장점은 살리고, ‘분량의 한계로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는 단점은 ‘소설 창작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으로 보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니, 이번 ‘열 줄 소설 공모전’은 멋지게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꽤 자주 너무 진지한 태도로 소설을 보거나 쓸 때가 있습니다. 소설은 아무리 멋진 문학성을 갖추고 있더라도, 그 문학성마저도 결국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는 잊곤 합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열 줄 소설 공모전’은 우리가 어째서 소설을 읽고 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일깨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움. 모든 응모작은 이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즐거운 문학이 무엇인지 보여준 모든 응모자께 찬사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김학제 편집팀장

2016년 제1회 한국과학문학상과 함께 론칭한 과학 문학 전문 출판사 ‘허블’의 편집 팀장이다. '허블' 주최의 한국과학문학상을 통해 《관내분실 (김초엽 著)》,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著)》, 《천 개의 파랑 (천선란 著)》 등의 작품을 발굴, 국내 최초 휴고상 3년 연속 노미네이트 된 《나인폭스 갬빗 (이윤하 著)》 등을 출판하여 국내 SF 열풍을 견인했다.






작품 별 심사평


🥇대상  [남산 사랑상심 사건] _ 현 작가

"사랑이 고파 흐느껴 우는 존재… 그것만으로도 아련한 슬픔을 선사하는데 사탕 한 알에 사라지다니 더욱 가슴이 아립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흔하디흔한 괴담처럼 꾸며냈다면 분명 그 맛이 덜했을 텐데 '귀신'이 아니라 '응어리'라고 명명하는 순간 이야기의 품격이 확 올라갔습니다. 문득 남산에 한 번 가보고 싶어지는 이야기네요."  _ 전건우 작가

"우리의 영혼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 영혼을 가진 존재이기에, 우리 가슴 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생김새를 상상하듯, 영혼의 생김새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혼의 생김새가 자물쇠처럼 생겼다고 상상해 볼까요? 자물쇠는 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면 ‘철컹’ 소리와 함께 열리거나 잠기지요. 열리든 잠기든 자물쇠의 내용물은 바뀐 게 아닌데, 이상하게도 잠기면 더 묵직해지고 열리면 더 가벼워진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런 기묘한 느낌을 가진 자물쇠, 그런 자물쇠의 모습을 가진 영혼. 이 영혼에게, 혼자서 쭈그려 앉아 훌쩍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한 영혼을 덧씌워 봅니다. 사탕을 입에 머금자 사라지는 아이, 그 아이를 지켜보며 자물쇠에 대해 생각하는 화자. 영혼과 아이와 자물쇠, 이 셋이 가진 운동성을 보여줌으로써 영혼에 대해 알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정말이지 신비로운 작품입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최우수  [기적] _ 양 작가

"가치 있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울림을 선사합니다. 길이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단 한 줄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크게 감동했습니다. 어쩌면 흔한 구조일 수도 있지만 그 흔함마저도 감동으로 승화하는 큰 울림이 이 작품에는 깃들어 있습니다. 기적은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울리죠. "  _ 전건우 작가 

"뉴스를 보다 보면 의인 이야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상을 욕망합니다. 정의가 살아 있는 세상, 정의로운 사람들이 칭찬받는 세상. 그런 세상이 도래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은 욕망이 그런 반응을 가져오는 것이겠지요. 이 능수능란한 작품은 여기에 소설적 상상력을 한 스푼 더 첨가해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멋진 상상력은 또 다른 멋진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곤 하는데요. 뉴스를 통해 정의로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내 두 눈으로 내가 행하는 정의로운 일을 바라보는 것. 그 신비로운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최우수  [엄마의 취향] _ 정담아 작가

"한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내 어린 시절을 어떻게 저렇게 잘 기억할까? 부모님이 옛날에 있었던 일을 몇 번이고 다시 이야기하셨던 경험, 다들 있을 겁니다.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부모가 자식을 기억하는 방식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무심한 듯 툭 사람을 울립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콧날이 시큰해진 건 비단 저만이 아닐 겁니다. 엄마의 취향이 '나'인 이유는 역시 그렇기 때문이겠죠. 그 사랑은 늘 현재진행형이니까."  _ 전건우 작가

"취향을 만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과거 청년 시대는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고, 그 세대는 취향이 너무 많아진 지금 청년 세대가 보기엔 언뜻 조잡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조잡한 취향’을 가진 세대 중 한 명인 화자의 어머니에게 화자가 유일한 취향이란 것은, 그렇기에 굉장히 많은 뜻을 담고 있는데요. 본뜻 그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을 의미하는 ‘취향’이란, 많은 음악을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음악에 대한 취향이 정교한 것처럼, 체험과 시간의 축적에 따라 그 정교함이 달라집니다. 즉, ‘엄마의 취향이 나였다’라는 문장은 단순히 ‘엄마가 나를 좋아한다’라는 뜻이 아닌,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엄마의 시간은 나를 위해 흘렀다’라는 뜻으로까지 확장합니다. 이처럼 시간과 마음을 정교하게 다룸으로써 독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우수  [이별하기 좋은 카페] _ 미나 작가

"요즘처럼 쉽게 이별을 말하는 때가 없다고들 하죠.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적어도 그런 실수는 하지 않으려 이별 하기 좋은 카페를 돌아답니다. 이 설정부터 꽤 재미있는데 마지막 한 줄의 반전에 실소를 머금게 됩니다. 문자를 받은 주인공은 허탈했겠지만 독자들은 아주 유쾌한 그런 반전이죠. 이렇게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주인공이라면 애인의 문자 이별에도 대비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허당미 넘치는 주인공이 꽤 귀엽습니다."  _ 전건우 작가

"깔끔하고 적절한 디테일로 독자를 빠르게 몰입시킨 뒤에 예기치 못한 반전을 통해 순식간에 작품 속 현실을 깨트리는 다이내믹하면서 동시에 풍요로운 작품입니다. 그리고 가장 빛나는 지점은 이런 몰입과 반전이 우리의 현실을 보다 투명하게 보이는 쪽으로 수렴한다는 것인데요. 연인 사이를 포함해 모든 관계에서의 이별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늘 굉장히 어렵고 무거운 일일 텐데요.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현실은 꽤 빈번하게 진지할 때 우스워지고, 가벼울 때 굉장해지곤 하지요. 그 현실의 불가해함을 관계와 감정의 낙차를 통해 재밌게 그려내는 작품이었습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우수  [칼로리 마트] _ 연민우 작가

"이런 마트라면 제가 제일 먼저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기막힌 생각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런 기발함은 평소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얼마나 좋은 상상을 하는 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작품만으로도 작가의 역량을 읽어낼 수 있네요. 아주 훌륭한 작품이자 날카로운 풍자가 들어간 블랙코미디였습니다!"  _ 전건우 작가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아무래도 이 작품이 여실히 보여주듯 그런 작품은 자신의 틀을 벗어나 세상과 마주할 때 시작하며,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상의 작동 방식을 자신 안의 개인적 체험과 실감 나게 엮어낼 때야 비로소 완성되는 듯합니다. 즉, 세상과 마주하는 용기와 자신 안으로 끌어당기는 끈기가 전부 필요한 일인데요. 이 작품이 세상과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풍자하는 것을 보면, 용기와 끈기가 충분히 들어간 작품임을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우수  [★★★★★] _ 김선 작가

"이 작품을 보면서 천상병 시인의 <소풍>이라는 시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그 시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이 작품에도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저는 별점을 그리 좋아하지도, 신뢰하지도 않지만 이런 별점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저도 이 작품에 별점 다섯 개를 드리고 싶네요."  _ 전건우 작가

"모든 소설에서 제목은 중요하지만, 특히 분량이 열 줄로 한정된 상황이라면 더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내용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이 작품은 화룡점정의 제목을 통해 독자를 대상으로 강력한 어필에 성공하는데요. 제목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건 감정선과 여운입니다. 최근 10대부터 30대까지 아우르는 청년층의 극단적인 선택과 고독사 발생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죠. 이러한 사회적 지표는 특정 세대가 가진 불안과 죄책감을 인지할 수 있게 해도 이해할 수 있게까지는 못하는데요. 이 짧은 작품은 특유의 통찰력을 통해 우리의 이해가 그 외면받은 이들에게까지 가닿게 해줍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우수  [깁스] _ 민병권 작가

"부부는 의리로 살아간다는 말을 종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실종된 것은 아니죠. 부부 사이의 의리에는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살며시 고인 그 사랑을 채로 잘 걸러내어 보여주는 아주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또한 무척 귀엽기도 합니다. 툭 튀어나온 엄지가 남편에게도, 그리고 제게도 어쩜 그리 사랑스럽게 보이던지요.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듯 이 작품 또한 수십 줄의 연애 소설보다 훨씬 로맨틱합니다!"  _ 전건우 작가

"평생 남으로 지냈던 누군가와 남은 생을 함께하기를 약속하고 가족으로 산다는 건 굉장히 신비로운 일 같습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나 그 불가해함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관계를 조성해 이어 나가는 일이니까요. 그런 결혼이라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빛나는 작품이며, 현실적인 디테일이 이러한 생각에 힘을 실어줍니다. 작품에 나오는 깁스의 꺼칠함도, 식탁 위 얼음 잔의 찰랑거림도, 초밥의 신선함도, 화자의 시큼함도 풍부하게 느끼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우수  [입꼬리] _ 소문 작가

"이 이야기는 한 편의 호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섬뜩했습니다. 입꼬리가 올라간다는 설정만이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여러 은유들이 모두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작가는 단 몇 줄만으로 독자를 긴장하게 만들고 섬뜩하게 만드는 대단히 훌륭한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들기란 쉽지 않는데 그걸 잘 해내셨습니다."  _ 전건우 작가

"우리 자신도 인간이긴 하나, 정말 인간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그렇기에 굉장히 신비롭고 매력적인 존재이지요. 다양한 인간이 모여 있는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인간과 인간 사회에 흐르는 분위기와 정서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제 불가능한 입꼬리라는 기괴한 형상으로 재구현한 섬뜩한 작품입니다. 보통 제어할 수 없는 상태란 우리에게 불안과 불편함만을 주기 마련인데요. 분명 그럴 텐데요 작품 끝에서 우리가 기묘한 쾌감마저 느끼는 것은, 우리가 제어되는 것보다 제어되지 않는 걸 바라는 존재이기 때문일 테지요. 섬뜩함과 통쾌함. 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영리한 작품입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우수  [초승달] _ 우정 작가

"초승달과 그믐달, 닮은 듯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달을 소재로 이토록 가슴 아린 이야기를 만들어내셨습니다. 이 작품이 진정으로 멋진 이유는 호들갑을 떨지도, 그렇다고 무게를 잡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달의 속성이 그러하듯 은은하게 빛나며 슬픔과 기쁨 사이 어딘가를 비추는 태도가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_ 전건우 작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누군가가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는 순간들이 있지요. 그런 순간을 구체적인 예로 가져오자면, 다음과 같은 때가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의식적으로 숨겨온 비밀을 무심코 발견하게 됐을 때, 그 찰나의 순간 상대방이 비친 진실한 얼굴을 내가 사랑하게 되었을 때 말이죠. 그 찰나가 주는 감정의 긴장과 이완. 그 쿵쾅거리는 찰나를 청진기에 대고 듣듯이 아주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품입니다. 나아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흉터에 대한 발상과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관찰되는 흉터의 생김새를 달의 위상 변화로 은유하는 상상력까지 더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감동을 선사하는데요. 굉장히 감정의 밀도가 높고 탄탄한 작품입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 우수  [도둑 콘테스트] _ 개인 작가

"열 줄 소설의 매력은 역시 이런 재기발랄함에 있습니다. 마지막 단 한 줄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재치 넘치는 반전이야 말로 우리들이 기다리던 열 줄 소설의 묘미죠! 도둑 콘테스트라는 제목부터 시선을 끌더니 초보 도둑의 멋진(?) 한 방 앞에서는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쾌한 작품이었습니다."  _ 전건우 작가

"참신한 소재를 가져와 아주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열 줄 소설 공모전’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짧은 분량으로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감동이란 굉장히 한정적일 것입니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짧은 영상이 유행을 하고 있지요. 그런 쇼츠 영상에서 인기를 끄는 콘텐츠 중엔 유쾌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이러한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_ 김학제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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