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의 말 <취미에 진심인_편>에서는 각양각색의 취미에 진심인 취미인(人)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거예요. ‘이런 것도 취미가 될 수 있구나’하는 이색 취미부터 내 주변에서도 즐기는 사람이 있을 법한 공감 백배의 취미들까지 모아보았어요. 이번 주제는 아날로그 사진입니다. 휴대폰 터치 한 번이면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오늘날, 아날로그 사진이 가지는 특별함은 무엇인지 알아보아요. 제가 만난 LEE NA님은 천천히 구워낸 토기처럼 따뜻하고, 단단한 분이셨어요. |
사진 찍는 LEE NA 입니다
“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사진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진 거죠.
”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LEE NA입니다. 지금은 상상마당 암실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디지털 사진도 찍지만, 아날로그 사진을 주로 찍어요.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처음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늦은 나이에 미대 입시를 준비했을 정도로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좋았거든요. 회화적인 시각에서 사진적인 시각으로 넘어가는 게 어렵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관심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표면 때문이었어요. 보통 인화된 사진을 가만히 만져보면 차갑고 미끈거리잖아요. 저는 그 선득한 감촉이 그다지 내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냐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어요. 친척이 소니에서 나온 조그만 여행용 똑딱이 카메라를 선물해 줬거든요. 작동법도 배울 겸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사진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며칠 열심히 다녔어요. 다니다 보니 새로운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강사가 제대로 배우려면 다른 카메라를 구매해야 한다고 부추기기도 했고요(웃음). 그때 캐논 60d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큰 맘 먹고 샀죠. 석 달 동안은 작동 방법만 줄곧 배웠던 기억이 나요. 그때가 2010년쯤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진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진 거죠. 어느 날 사진도 자기표현이 가능하구나. 그런 걸 느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찍고, 현상하고, 인화하고 그렇게 지내요.
아날로그의 덜컹거림과 불규칙함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
사진을 찍고 보정할수록 아날로그 사진의 세계가 궁금해졌어요.
사진의 시작점에서 다시 출발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0과 1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디지털 사진과는 다르게,
아날로그 사진의 필름은 만질 수 있잖아요. 그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
아날로그 사진으로 넘어가게 된 건 여러 이유에서였어요. 디지털 사진을 어느 정도 만질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죠. 계속 이리저리 손을 대보고 싶었거든요. 그림 그릴 때 마지막 붓을 놓는 일이 가장 힘든 것처럼요. 그래서 밤샘도 곧잘 하게 되었고요. 디지털 피로감이었을까요? 디지털 사진을 시작하면서 눈도 나빠졌고 생활 리듬도 많이 깨졌어요.
디지털 사진을 찍고 보정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사진의 세계가 궁금해졌어요. 사진의 시작점에서 다시 출발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0과 1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디지털 사진과는 다르게, 아날로그 사진의 필름은 만질 수 있잖아요. 그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아날로그의 세계가 덜컹거리고 불규칙한, 한마디로 불편함이 가득한 세계라고 생각해요. 거의 모든 시도가 가능하고 굴곡 없이 규칙적인 디지털의 세계와는 차이가 있죠. 고심해서 필름을 선택하고, 사진을 찍고, 컴컴한 암실 속에서 약품 냄새를 맡으며 빛과 씨름하는 일. 저는 그 번거롭고 고된 일들을 사랑한답니다.
시간에 부표를 띄우는 일
“
사진을 찍는 순간, 저는 피사체를 대면해요. 그 순간은 현재이죠.
과거일 수도 없고, 미래일 수도 없어요.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현재에 부표를 띄워 놓는 일이 아닐까요.
”
그림을 그리는 것과 사진을 찍는 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은 실재하지 않는 대상도 그려낼 수 있지만, 사진은 실재하는 대상을 담아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상에 집중하게 됐어요. 사진을 찍는 순간, 저는 피사체를 대면해요. 그 순간은 현재이죠. 과거일 수도 없고, 미래일 수도 없어요.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현재에 부표를 띄워 놓는 일이 아닐까요.

숙제가 생겼어요. 제가 띄워 둔 부표들을 잘 걷어,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할 차례인 것 같아요. 일종의 책임감일 수도 있겠네요. 이따금 손자들 사진을 작은 책자로 만들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기도 해요. 지난번 쿠바에서 촬영한 사진들로는 <너에게> 라는 얇은 책자를 엮었어요.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을 잘 추스려야겠어요. 이제 제대로 사진책을 만들어 보려구요.

제 카메라와 렌즈를 소개해드릴게요

왼쪽부터 Canon EOS-5, Leica MP, KYOCERA I-Proof, Mamiya 7-II, Minolta CLE
바디 : Canon EOS-5
렌즈 : Canon 35mm f2, Canon 50mm f1.2
- 캐논사에서 출시한 카메라입니다. 바디는 무지 저렴하게 구매했어요. 지금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거예요. 렌즈들이 가지고 있는 DSLR 카메라와도 호환되어 좋아요.
바디 : Leica MP
렌즈 : Leica 35mm f2, Leica 50mm f2
- 라이카는 모든 카메라 유저들의 로망이죠. 단종된 M6 모델을 구매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MP로 결정했어요. 왠지 현재 판매되는 모델이 고장이 없을 것 같아서요. 확실히 달라요.
KYOCERA I-Proof
- 작은 필름 카메라입니다. 주머니에서 손쉽게 꺼내서 바로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주위가 너무 어둡거나, 날씨가 너무 궂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완전 자동이라 편해요.
Mamiya 7-II
- 중형 카메라가 써보고 싶어서 구매한 카메라입니다. 무척 무거운데, 결과물이 좋아요. 요즘은 좀 가격이 올랐어요. 자주 들르는 카메라집 사장님이 팔 생각이 있다면 꼭 자기한테 팔아야 한다고 아우성이에요(웃음).
데이터를 정리하면 좋아요
아날로그라고 해서 모두 느낌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인화할 때 나온 모든 데이터를 노트에 정리해 두면 좋아요. 왜, 인화한 사진도 사진첩이나 중성 박스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잖아요. 그런 것처럼 데이터 기록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날로그 사진이 진짜 즐거워지는 건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아날로그사진 #흑백사진 #사진 #카메라 #수동카메라
취미인 | LEE NA
회원가입 후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 중 3 분에게는 백화점 상품권 5만원을 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 ~ 2022년 12월 5일(월) 오후 3시까지
편집자의 말
<취미에 진심인_편>에서는 각양각색의 취미에 진심인 취미인(人)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거예요. ‘이런 것도 취미가 될 수 있구나’하는 이색 취미부터 내 주변에서도 즐기는 사람이 있을 법한 공감 백배의 취미들까지 모아보았어요. 이번 주제는 아날로그 사진입니다. 휴대폰 터치 한 번이면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오늘날, 아날로그 사진이 가지는 특별함은 무엇인지 알아보아요. 제가 만난 LEE NA님은 천천히 구워낸 토기처럼 따뜻하고, 단단한 분이셨어요.
사진 찍는 LEE NA 입니다
“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사진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진 거죠.
”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LEE NA입니다. 지금은 상상마당 암실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디지털 사진도 찍지만, 아날로그 사진을 주로 찍어요.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처음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늦은 나이에 미대 입시를 준비했을 정도로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좋았거든요. 회화적인 시각에서 사진적인 시각으로 넘어가는 게 어렵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관심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표면 때문이었어요. 보통 인화된 사진을 가만히 만져보면 차갑고 미끈거리잖아요. 저는 그 선득한 감촉이 그다지 내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냐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어요. 친척이 소니에서 나온 조그만 여행용 똑딱이 카메라를 선물해 줬거든요. 작동법도 배울 겸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사진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며칠 열심히 다녔어요. 다니다 보니 새로운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강사가 제대로 배우려면 다른 카메라를 구매해야 한다고 부추기기도 했고요(웃음). 그때 캐논 60d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큰 맘 먹고 샀죠. 석 달 동안은 작동 방법만 줄곧 배웠던 기억이 나요. 그때가 2010년쯤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진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진 거죠. 어느 날 사진도 자기표현이 가능하구나. 그런 걸 느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찍고, 현상하고, 인화하고 그렇게 지내요.
아날로그의 덜컹거림과 불규칙함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
사진을 찍고 보정할수록 아날로그 사진의 세계가 궁금해졌어요.
사진의 시작점에서 다시 출발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0과 1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디지털 사진과는 다르게,
아날로그 사진의 필름은 만질 수 있잖아요. 그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
아날로그 사진으로 넘어가게 된 건 여러 이유에서였어요. 디지털 사진을 어느 정도 만질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죠. 계속 이리저리 손을 대보고 싶었거든요. 그림 그릴 때 마지막 붓을 놓는 일이 가장 힘든 것처럼요. 그래서 밤샘도 곧잘 하게 되었고요. 디지털 피로감이었을까요? 디지털 사진을 시작하면서 눈도 나빠졌고 생활 리듬도 많이 깨졌어요.
디지털 사진을 찍고 보정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사진의 세계가 궁금해졌어요. 사진의 시작점에서 다시 출발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0과 1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디지털 사진과는 다르게, 아날로그 사진의 필름은 만질 수 있잖아요. 그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아날로그의 세계가 덜컹거리고 불규칙한, 한마디로 불편함이 가득한 세계라고 생각해요. 거의 모든 시도가 가능하고 굴곡 없이 규칙적인 디지털의 세계와는 차이가 있죠. 고심해서 필름을 선택하고, 사진을 찍고, 컴컴한 암실 속에서 약품 냄새를 맡으며 빛과 씨름하는 일. 저는 그 번거롭고 고된 일들을 사랑한답니다.
시간에 부표를 띄우는 일
“
사진을 찍는 순간, 저는 피사체를 대면해요. 그 순간은 현재이죠.
과거일 수도 없고, 미래일 수도 없어요.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현재에 부표를 띄워 놓는 일이 아닐까요.
”
그림을 그리는 것과 사진을 찍는 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은 실재하지 않는 대상도 그려낼 수 있지만, 사진은 실재하는 대상을 담아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상에 집중하게 됐어요. 사진을 찍는 순간, 저는 피사체를 대면해요. 그 순간은 현재이죠. 과거일 수도 없고, 미래일 수도 없어요.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현재에 부표를 띄워 놓는 일이 아닐까요.
숙제가 생겼어요. 제가 띄워 둔 부표들을 잘 걷어,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할 차례인 것 같아요. 일종의 책임감일 수도 있겠네요. 이따금 손자들 사진을 작은 책자로 만들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기도 해요. 지난번 쿠바에서 촬영한 사진들로는 <너에게> 라는 얇은 책자를 엮었어요.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을 잘 추스려야겠어요. 이제 제대로 사진책을 만들어 보려구요.
취미인의 Tip
왼쪽부터 Canon EOS-5, Leica MP, KYOCERA I-Proof, Mamiya 7-II, Minolta CLE
바디 : Canon EOS-5
렌즈 : Canon 35mm f2, Canon 50mm f1.2
- 캐논사에서 출시한 카메라입니다. 바디는 무지 저렴하게 구매했어요. 지금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거예요. 렌즈들이 가지고 있는 DSLR 카메라와도 호환되어 좋아요.
바디 : Leica MP
렌즈 : Leica 35mm f2, Leica 50mm f2
- 라이카는 모든 카메라 유저들의 로망이죠. 단종된 M6 모델을 구매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MP로 결정했어요. 왠지 현재 판매되는 모델이 고장이 없을 것 같아서요. 확실히 달라요.
KYOCERA I-Proof
- 작은 필름 카메라입니다. 주머니에서 손쉽게 꺼내서 바로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주위가 너무 어둡거나, 날씨가 너무 궂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완전 자동이라 편해요.
Mamiya 7-II
- 중형 카메라가 써보고 싶어서 구매한 카메라입니다. 무척 무거운데, 결과물이 좋아요. 요즘은 좀 가격이 올랐어요. 자주 들르는 카메라집 사장님이 팔 생각이 있다면 꼭 자기한테 팔아야 한다고 아우성이에요(웃음).
아날로그라고 해서 모두 느낌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인화할 때 나온 모든 데이터를 노트에 정리해 두면 좋아요. 왜, 인화한 사진도 사진첩이나 중성 박스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잖아요. 그런 것처럼 데이터 기록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날로그 사진이 진짜 즐거워지는 건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아날로그사진 #흑백사진 #사진 #카메라 #수동카메라
취미인 | LEE NA
회원가입 후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 중 3 분에게는 백화점 상품권 5만원을 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 ~ 2022년 12월 5일(월) 오후 3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