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 진심인 편_줌바> 일주일에 2번. 밤 8시부터 9시까지. 줌바를 춘다.50분 내내 한번도 쉬지 않고 화려한 리듬에 격렬하게 움직이지만 60대도 거뜬히 따라할 수 있는 전 연령 오케이의 춤이다.서른 명 남짓한 회원들의 맨 앞 줄에 서서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무아지경으로 뛰고 나면 오늘 하루 대충 살았다는 죄책감도 싹 씻겨 나가는 듯 하다.댄스화를 벗고, 겉옷을 입고 있으면 회원들이 한마디씩 하는데 듣기 좋다.“어쩜 그렇게 허리가 잘 돌아가.”“섹시하고 귀엽고 자기 혼자 다한다 다해.”이런 말을 들으면, ‘뭐 당연한거 아니야.’ 라는 우쭐한 기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줌바는 나의 육체적 정신적 안락을 주고 있다. 새로운 분기 접수 1등도 나다. 아직 아무도 등록 안했어요. 라고 하면 이것까지도 뿌듯함이 올라온다.나의 칭찬부대와 인사를 나누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신입 회원이 들어왔다.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레깅스에 탱크탑. 몸이 웬만큼 되지 않고는 소화할 수 없는 거의 강사급 줌바룩을 입고 걸어 들어오는게 아닌가.똥배와 하체튼실 늘어진 허릿살 커버에 초집중한 힙합 스타일의 나의 룩과는 너무 비교되는 룩이 아닐 수 없다. 서른명 남짓한 회원들의 눈길이 그녀에게 향하는 걸 느꼈다.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싸한 기분이 올라왔다.그녀의 춤 실력이 궁금했다. 옷만 번지르르 한 경우가 꽤 있는데. 자신의 실력을 감추려고 룩으로 현혹하기도 하는데. 어디 얼마나 하는지 좀 보자. 라는 학창시절에나 했던 유치한 질투의 감정이 올라온다.첫 곡이 시작되었다. 나는 줌바를 하는 50분동안 그녀를 힐끔거리느라 오늘 내가 어떻게 춤을 췄는지 기억이 안난다.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없는 시간을 이렇게 허투루 썼다는 속상함을 가득 안고 터덜터덜 댄스화를 벗고 실외화로 갈아신는데 내 칭찬부대 중 한명이 호들갑스럽게 박수를 치며 뛰쳐나오더니 신입회원을 향해 양손 엄지척을 한다. “어머어머 뭐야 너무 섹시해!! 세상에 웨이브는 어떻게 그렇게 하는거야!! 허리는 왜그렇게 잘 돌아가요!! 어머어머 호호호호호” 그렇게 말하고는 신입회원 옆에 딱 붙어 앉아 줌바를 한적이 있느냐,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 결혼은 했느냐 등등을 물어보는데, 나는 1초라도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어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줌바에서의 모든 칭찬은 내 것이어야 하는데 다른이에게로 넘어가는 순간을 목격한 내 심정은 너무 우울하다.내가 하는 일이 잘 안 될때도 이토록 우울했나 싶을 만큼 나는 다음번 줌바 날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분간 줌바를 쉬는게 좋을 거 같은데요.” 라는 나에게는 “이제 그만 하늘로 가세요.” 와 동급인 말을 들으며 엎드려 있는 곳은 한의원. 어제 줌바를 하다가 그만 허리를 삐긋했다.신입회원에게 향한 칭찬부대의 시선을 다시 나에게로 돌려놓기 위해 나는 평상시 두 배로 열심히 줌바를 했다. 허리를 돌릴 때면 그녀를 주시하며 그녀보다 더 크게 골반을 돌리다 골반에서 우지끈 소리가 나도 무시하고, 웨이브도 평상시 두배로 배에 힘을 주고, 입술을 앙 다 물고 전투적으로 허리를 꺾다 결국 한의원 신세를 지게 됐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줌바를 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