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뜨개질을 처음 접한 어린이들 중, 하나의 물건을 온전히 다 뜨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요. 당연히 저도 '뜨다 말고 내팽겨쳐진 실을 본 엄마가 마저 떠 완성해주면 내가 만든거라고 뿌듯해하는 아이' 중 한 명을 담당했어요. 그 후 잊고살다가, 몇 해 전 쁘띠목도리가 유행했던 때, 서너시간이면 하나 완성한다는 블로그 글에 '뜨개질 어릴때 해봤는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냅다 동대문으로 향해서 나름 가격대가 있는(타래당 6000원? 8천원? 기억이 정확하지않아오ㅠ) 실을 4개 샀어요. 그리고 방에 돌아와서 뜨개질을 시작하는데, 초보자는 하나의 방법으로만 뜨개질하기를 추천드립니다. 변형 고무뜨기는 두코를 겹쳐뜨는 과정이 있어서 금방 뜬다기에 선택했다가, 안뜨기와 겉뜨기를 헷갈려서 코가 늘거나 줄기 일수였어요. 바늘을 빼고 잘못 뜬 곳까지 실을 푼 뒤 다시 바늘에 매듭을 제 방향에 맞게 꽂아 다시 뜨게 되기까지 몇번을 뜨다 다시 전부 풀고 처음부터 떴는지 셀 수 없어요.작업물을 풀고 풀고 풀고의 반복이었지만, 어릴때처럼 던져버리지 않았어요. 실 값이 아까워서, 는 둘째고. 단순노동이 주는 평온함이 좋아서요. 영화, 드라마, 음악 뭐든 좋으니 하나 재생시키고. 간간히 집어먹을 간식(손에 안묻는 것) 과 음료를 준비하고, 편안한 곳에 자리잡고 뜨개질을 시작하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미래에 대한 불안, 관계에 대한 불안 등 한숨가득한 고민들이 잠시나마 잊혀져요. 그리고, 한두시간 뜨개질을 마치면 엄청나지는 않지만 한 뼘정도의 결과물이 손에 있어요. 처음 뜰때는 뜨는 부분마다 손에 힘이 제멋대로라서 삐뚤빼뚤 엉망일지라도, 손으로 죽죽 당기면 그래도 제법 괜찮아보이는 한 뼘의 결과물이 되죠. 그걸 보면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고, 걱정하던 것들도 결국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겨나더라구요. 생각이 많을때.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뜨개질 정말 정말 추천해요. 요새는 다이소에서도 뜨개실을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도 좋아졌어요! 얼마전에 뜨개실을 사왔어요. 올해는 밍크실로 귀도리를 뜨려구요. 꾸준히 해야 실력이 늘텐데, 겨울에 깨작대는게 다라서 기껏해야 목도리ㅡ귀도리밖에 뜰 줄 몰라요. 언젠가는 장갑도 뜨고, 조끼나 스웨터도 뜰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