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 진심인_편

취미에 진심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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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로 다시 만난 아이들

서예로 다시 만난 아이들


서예지도 요청이 왔다. 이미 교직의 끈을 놓았기에 망설였으나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제안에 쾌히 응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급당 6시간, 총 90시간, 미술 교육과정에서 서예 분야를 지도해 달라는 것이다. 시작한지 두 달째, 오늘도 오전 4시간을 지도하고 와서 마음이 뿌듯하다.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자부심?’ 별궁처럼 본관에서 떨어진 별동 4층 교실이 서예실이다. 시끌벅적한 애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 절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증심사 풍경소리가 들려오고 호랑나비가 교실로 날아드는 공기 좋은 교실이니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고사리 손에 자기 머리길이 만큼 한 큰 붓은 버겁나보다.’ 연필로만 글씨를 쓰다가 갑자기 커진 필기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시범으로 글씨를 쓸 때는 “어떻게 그렇게 잘 쓰세요?” 눈을 휘둥그레 하며 신기한 듯 쳐다보는 순박한 그 어린이들이 천사들 같다. 안 된다고 투덜거리고 짜증을 내는 아이도 있다. 참을 성 없는 요즈음 얘들에게는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주의집중력이 부족한, 이 애들에게 연속 80 분의 시간은 더욱 힘들리라. 낯선 선생님을 만나서 용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주의를 주나 손과 얼굴, 옷에 먹물이 묻어 엉망이다. 그러나 호기심을 가지고 눈을 번쩍이는 아이들도 있다. 가르쳐 주는 방법대로 침착하게 제법 잘 쓰는 아이가 내 손자처럼 귀엽다. 꿈속에서나 다시 만날 귀여운 아이들에게 내가 쓴 작품을 보여 주며 관심을 불러일으켜 본다. 그들이 먼 훗날 서예가의 꿈을 꿀 수 있게,

 

다시 찾은 교단에서 지난날 내가 서예 공부를 시작할 때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광주 변두리 G초등학교 관사에서 J와 K교사가 형제처럼 오손도손 같이 살면서 붓을 잡았다. 서로 질세라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에 다니면서 2년 동안 열심히 기량을 익혔다. 문단에 등단하는 문학도처럼 학원생에게도 도미전道美展에 출품하는 기회가 1년에 한 번 왔다. 기법을 제대로 익히지도 않고 남들이 출품하니 나도 무모하게 출품하였다. 보기 좋게 두 번이나 낙선을 했다. 같이 공부한 두 사람은 입선을 하고 나만 낙선을 하니 더욱 자존심이 상했다.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더 이상 붓을 잡기 싫었다. ‘왜 이런 걸 배워 수모를 겪는단 말인가?’ 후회스러웠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취미생활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초상화를 그리려 학원으로 달려갔다. 그것은 너무 재미있었다. ‘상업적인 화가가 되겠다.’ 단단히 마음먹고 맹연습을 했다. 2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 동안 익힌 필력 때문인지 학습 진도가 다른 학원생들보다 훨씬 빨랐다. 도미전道美展에서 낙방한 스트레스를 눈과 코를 그리면서, 아인슈타인과 링컨을 그리면서 풀었으나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세필細筆을 이용하다보니 시력이 갑자기 나빠졌다. 그리고 웬일인지 헛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가서는 안 될 곳에 간 것처럼 불안하기까지 했다.

 

다시 서예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교직성장을 위해서는 서예가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 뒤 계속된 서예 연마로 교원실기대회에도 여러 차례 출전하여 수상하였다. 그리고 도미전道美展에 출품할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여 맹연습을 시작했다. 건방을 걷어내고 초심으로 돌아가 법첩法帖에 기초하여 충실하고 철저히 준비했다. 기본을 중시하는 연습을 매일 계속하며 두 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젖 먹는 힘까지 발휘한다. ‘작품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정성을 쏟았다. ‘이렇게 노력했으니 최소한 입선은 되겠지?’ 그러면서도 한편 두려움이 앞섰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더 이상 붓을 잡을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었다. 문학도가 연습한 작품 중에서 수작을 골라 투고하듯이 그 동안 피와 땀으로 몇 달 동안 맹연습하여 모아 둔 작품 중에서 최상의 작품을 골라 출품하였다. 가슴 떨리는 심사 날이 돌아 왔다. 심사결과, 500여 작품 중에서 13편이 선정되는 ‘특선特選’에 뽑혔다. 내 귀를 의심했다. ‘입선入選’ 한 번 하지 않는 사람 작품인데 ‘특선’으로 뽑혀 문제가 제기 되었단다. ‘그게 왜 문제가 될까?’ 의구심이 생겨 견딜 수가 없었다. 지상에 보도되기 전에 내 눈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이튿날 새벽 심사위원장을 찾아가서 심사결과를 확인해 보았다. ‘특선자’ 명단에 내 이름이 선명하였다.

“필력筆力이 살아서 움직이는 수작秀作이어 선選했습니다.”

심사위원장은 작가로서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그 뒤 공모전에서 몇 차례 더 낙선하는 쓴맛을 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미술대전 추천, 초대작가로 지정받았다.


초보시절에는 공모전에 입선하는 것이 꿈이었으나 그것은 큰 잘못이었다. 각종 서체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이 진정한 서예가일진데, 공모전에 한자漢字의 오체 중, 예서隸書만을 즐겨 썼으니 절음발이 서예가가 아닌가? 지난날 서예공부 방법을 후회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왕에 붓을 들었으니 다른 서체공부도 해야 했다. 늦었지만 법첩을 보면서 궁체 정자를 몇 년째 흉내 내 보고 있다. 학교에 근무할 때 6학년 졸업생들에게 가훈家訓 150 여점을 직접 써(화선지 1/4절 크기), 표구하여 교내에서 며칠 동안 전시하고, 졸업식 날 선물로 각 가정에 보냈다. 이 일을 3년 했는데 ‘특색 있는 졸업식’이라고 여러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보도해 주기도 하였다. 젊은 시절 유흥놀이에 눈을 돌리지 않고, 먹 가는 일에 심취해 있었음에 후회는 없다.


글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고 ‘나도 글을 저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서예처럼 기회가 되면 공부해 보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 지인의 안내로 조대평생교육원 이정심 교수님 문학산책반에 뒤늦게 뛰어 들었다. 교수님의 정성과 수업기술에 감탄하며 매주 숙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재미있어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서툴지만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배우겠다. 지난날 서예 공모전에만 신경을 썼던 잘못을 이젠 범하지 않겠다. 문단 등단에 급급하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천천히 글 솜씨를 익혀 보고 싶다. 톨스토이는 매일 일기형식의 작품을 구성하여 일 년에 365점의 작품을 구성하였다니 문학도로서 본받을 만하나 나는 한 주에 한 편의 글이라도 습작하여 문학도의 일천日淺을 면해 보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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